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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불경 읽기

기사승인 2017.10.02  08: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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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문자는 불교와 깊은 관련
고대 구결 실체도 불경에 담겨
불경 수지독송 했던 노력 산물

10월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지 571돌을 맞는 날이다. 조선은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했던 시대로 불교계로서는 피눈물로 견뎌야 했던 암흑기였다. 한글은 이러한 숭유억불 시대에 탄생했으나 유교가 아닌 불교와 매우 관련이 깊다. 세종대왕의 명으로 수양대군이 편찬한 ‘석보상절’은 부처님 일대기를 다룬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불서이며, ‘원각경’, ‘선종영가집’ ‘수심결’을 비롯한 몽산 스님 등 고승들의 법어집도 속속 한글로 번역됐다. 한글 창제 후 15세기 말까지 간행된 현존 언해문헌은 모두 30여종으로 이 가운데 불교 관련 언해서가 20여종에 이른다. 불교 관련 언해서는 책별 권수가 많아 이를 양으로 환산하면 불교서적이 절대적이다.

세종과 세조가 한글 불전을 간행했던 것은 불교사상으로 왕권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민중들의 신앙과 독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매개가 불교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한글은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민중들 속으로 폭넓게 확산됐고,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사실 한문을 완벽히 익히는 것은 극히 어렵다. 오늘날 한한대사전에 수록된 한자가 5만5000여개에 이르고, 단어는 무려 45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이 기존 한자 대신 간자체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한 것도 한문의 복잡하고 어려운 특성을 완화해보려는 노력이다.

한문을 배우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인접 국가들에게 더욱 난해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한문이 모국어가 아니었기에 그것을 읽으려면 해독 능력을 갖춰야 했다. 그러려면 한문에 능숙해지기까지 발음과 의미를 표기할 수 있는 우리의 문자가 필요했다. 한글이 창제된 후 그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됐다지만 그 이전은 어땠을까. 흔히 문자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구결이 바로 우리 문자였고, 고대 불경에서 구결의 실체를 풀 수 있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다. 특히 1973년 서산 문수사에서 발견된 ‘구역인왕경’을 통해 구결이 단순히 토씨를 다는 수준이 아니라 한문 어순을 우리말 어순으로 조정하고 한자를 음독할 뿐만 아니라 훈독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각필(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한자 옆에 점과 선, 글자를 새겨 넣어 발음이나 해석을 알려주는 방식)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일본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된 통일신라 불경들에 나타나는 각필을 검토한 후 한국의 구결이 일본 문자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승재 서울대 교수는 ‘유가사지론’ ‘화엄경’ ‘법화경’ 등 고려시대 불경 조사를 통해 각필 중 훈민정음의 글자 모양과 무려 17개가 일치하고, 자음과 모음의 체계까지도 대단히 유사함을 밝혀내 훈민정음의 원형이 불경에 나타난 각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이재형 국장
한글을 비롯한 우리나라 문자는 불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수많은 경전에서 수지, 독송, 해설, 서사의 공덕을 강조한다. 구결 문자가 발전하고 한글이 정착될 수 있었던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읽고 암송하며, 이해하고, 배포하려는 불교인들의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는 부처님 가르침 만나기의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 가을, 불경의 미묘한 세계에 깊이 젖어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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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국장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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