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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새 집행부와 비구니부

기자명 심원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35대 새 집행부가 출범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차기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선거 종책공약에서 비구니스님의 권익향상을 위해 비구니부를 신설하고 비구니 특별교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종단에서 소외된 비구니 스님의 참종권 확대를 위해 차별적 종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설정 스님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도 앞 다투어 비구니 관련 종책공약을 제시하였다. 수불 스님은 중앙종무기관 소임자 및 각종 위원회 구성시 25%를 비구니로 인선하겠다고 하였고, 혜총 스님은 ‘총무원 교역직 비구니 참여 확대’를 내세웠으며, 원학 스님은 비구니스님의 교역직 30% 이상 확대와 비구니부 신설, 분야별 비구니 전문가 양성 지원, 포교·사회활동 우선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약대로 실천만 된다면 그야말로 비구니스님들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 같다. 종단의 약 1만3000명 스님 중 절반이 넘는 7000여명이 비구니스님이라는 현실에서 볼 때 이와 같이 비구니 위상 관련 공약 제시는 당연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구니부 설치는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상당히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31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2003년 취임하면서 문화부장에 탁연 스님을 임명하였다. 이는 통합종단 이후 최초로 총무원 부실장급 교역직을 비구니스님에게 열어준 역사적 결단이었다. 동시에 법장 스님은 비구니부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재임 중에 관련 종헌종법 개정을 적극 지원하였다. 그러나 중앙종회의 벽을 넘지 못해 비구니부 설치는 무산되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른 비구니부 설치 논의는, 이후 32대 총무원장 지관 스님, 33대·34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이르기까지 종단 집행부의 부채가 되어 왔다. 모두 한결 같이 비구니부 신설을 공약했으나 35대 새 집행부가 시작되는 지금까지 공약(公約) 아닌 말뿐인 공약(空約)으로 남겨졌다.

비구니 특별교구 논의도 1994년 종단개혁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24개 교구본사 중 하나를 비구니교구로 하자는 논의가 잠시 진행되다가 비구니스님들의 종단참여 자체에 위협을 느낀 비구스님들의 견제로 인해 유야무야 논의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면 왜 이렇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것일까?

비구니부 신설이나 특별교구 설치를 가로막은 큰 걸림돌은 종단 내 뿌리 깊게 고착된 불평등의식이라 할 수 있다. 비구니스님들의 종단 참여를 자신들의 권한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는 일부 비구스님들의 가부장적 사고가 매번 비구니부 신설을 가로막은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장애요인은 비구니 내부의 인식 문제다.

예로써, 자승 스님이 33대 집행부 구성 당시 비구니부 신설을 추진하면서 전국비구니회에 의사를 타진했을 때 전국비구니회가 이를 거부했다.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 허울 좋은 비구니부를 만들어 비구니스님들의 권한을 오히려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비구스님들에 대한 피해의식을 넘어서서 비구니 스님들 입장에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비구니부가 신설되고 비구니 특별교구가 설치되어 비구니스님 인적자원을 적극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새로 시작하는 총무원 집행부는 의지를 갖고 제도와 종책을 추진하고 실행해서, 비구니스님들의 우려와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국비구니회는 내부의 인식부족이나 의견조율 미흡으로 인해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짜임새 있는 조직체계와 운영로드맵을 준비해서 제안하여야 할 것이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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