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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를 위한 기도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10.31 15:42
  • 수정 2017.10.31 15:43
  • 댓글 0

복권 당첨인 대부분 불행한 삶
삶 행복 위해 꾸준히 나아가야
불제자는 이미 온전히 존귀해

한 청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하나요?”

그 청년은 불교를 공부하기 전에는 열정이 넘치는 성향으로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교를 공부하면서 밀어붙이기 보다는 상황을 관조하며 ‘되면 좋고, 안 돼도 어쩔 수 없고’라는 마음가짐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기는 한데, 혹시 자신이 열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한 기도를 할 때, 안 돼도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부처님께 턱 맡기고 순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쥐는 치즈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쥐를 잡고자 하는 이들이 쥐덫 위에 치즈를 놓습니다. 그럼 쥐들은 그 치즈를 먹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치즈를 먹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쥐덫이 주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죠. 쥐가 쥐덫 위의 치즈를 먹는 것은 행복일까요? 아니면 고통일까요?

2016년 복권 판매액은 3조8000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복권 판매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돈 없이 살기 힘든 이 사회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이는 복권에 충분히 빠질 수 있는 일이죠.

로또 복권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이 엄청난 확률을 뚫고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행복할 거라 생각하기에, 돈과 에너지를 투자해 이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것 아닐까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그들이 당첨 이전보다 이후에 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돈이 그들과 주변 사람들의 욕망을 폭발시켰을 것이고, 이것이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보편적 스토리를 만들었겠지요. 물론 복권에 당첨되어 행복을 성취한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많은 이들에게는 복권 당첨이 쥐덫 위의 치즈를 차지한 것과 다른 바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사랑합니다. 종교가 불교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또한 수행을 많이 했는지 적게 했는지도 상관없이 무조건 사랑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무연자비(無緣慈悲)입니다.

그러니 불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기도하고, 발원하면서 성취가 되고 말고는 이제 그만 신경을 끄세요. 그것은 부처님의 일이니 부처님께 맡기고 우리는 그저 기도할 뿐입니다. 부처님은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불자들의 소원이 성취되어서 행복해진다면 성취되도록 해주실 것이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성취되지 않도록 하실 것이니까요.

정말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을 성취한 후에 ‘차라리 그 일이 안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합니다. 근시안적으로 봤을 때는 치즈가 매력적이었지만 얻고 나니 치즈 뒤에 숨겨져 있던 쥐덫을 경험하기 때문이죠. 치즈를 갖기만 하면 행복할 것이라 착각했지만 그것이 지옥문이었을지는 상상도 못 했던 것입니다.

▲ 원빈 스님
지혜로운 불자는 성취보다는 행복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신의 안목이 미래를 볼 힘이 없음을 인정하기에 쥐덫이 아니라면 성취될 것이고, 만약 쥐덫이라면 성취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으며 기쁘게 기도하는 것이죠. 성취 여부에 일비일희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행복을 위해 한 발짝씩 꾸준히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니까요.

불자는 부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온전히 존귀합니다. 이렇게 든든한 빽이 있는 우리의 삶이 안 좋은 방향으로 풀릴 리 없다는 점, 꼭 인정하셔서 스스로 좀 더 자신감을 가지시길 축원합니다.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cckensin@hanmail.net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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