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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불교 인재 양성의 감로수 삼보장학회

기자명 이병두

현대불교사 인물 키워낸 위대한 보시

▲ 1967년 3월 26일 삼보장학회 장학금 전달. 봉은사.

안진오‧서윤길‧고익진‧김선근‧이민용‧송재운‧오형근‧차용부‧목철우(목정배)‧박선영‧이진두‧문명대‧이무웅(홍파스님)김금태‧박명순‧김규칠‧박세일‧윤제철‧신광수(법타)‧조용길‧송석구‧최동수‧이용부‧김춘송‧박호석…, 승재가를 막론하고 한국 현대불교사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던 이 인물들의 일생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니, 이들 모두 1960년대 후반 덕산 이한상거사(아래에서는 ‘덕산’)가 설립한 삼보(三寶)장학회 수혜자들이라는 점이다.

보릿고개 견디던 힘든 시절
침체된 불교학 주춧돌로 우뚝
설립자 덕산의 인재양성 꿈
계속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 

“세계의 뒤안길에서 졸고 있는 잠자는 불교를 일깨워 세계적인 광장에서 호흡하는 진리로 높이기 위하여 이 학회를 만들어 부처님의 교행(敎行)에 보답하려 합니다.” 1965년 3월 처음 삼보장학회(아래에서는 '장학회')를 설립할 때에는 본인의 이름을 감추었던 덕산이 밝힌 장학회 설립의 뜻이다.

맨 처음 장학생 수혜자는 동국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추천을 받아 심사하여 선발하였으나, 장학회가 정식 발족된 그해 후반기부터는 영어(영문해석과 영작문)‧교리 시험과 면접을 거쳐 선발하게 되면서 동국대 이외 여러 대학으로 문호를 넓히게 되었다. 병고로 의과대학을 중퇴하고 30살이 넘은 나이에 동국대 불교대학 1학년으로 입학한 고익진은 1965년 첫 번째 선발시험에서 1등을 차지하여 장학금을 받았는데, "우리들 젊은이가 학문하는 데에 가장 유익한 육영장학제도가 되어주니 길이 한국불교를 정지 작업하는 데에 그 주춧돌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설립자의 바람[誓願]과 의지 그리고 자신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한국 현대 불교학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다.

장학회에서는 대학원생에게 문호를 넓혀 연구보조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세계사를 내다보는 성실한 불교 진리의 헌신자를 뽑아서 한국불교뿐 아니라 현대세계에 생명이 될 불교를 책임질 젊은 구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불교학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학문 전공자들에게 범위를 넓혀 법학‧정치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을 선발하였다.

이 사진은 1967년 3월26일 봉은사에서 고불식을 마치고 설립자 덕산이 장학증서를 수여하는 장면이다. 한국전쟁의 후유증이 아직 사회 곳곳에 남아 있었고, 보릿고개라는 말이 유행하던 농어촌에서는 아들과 딸을 대학에 보내려면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컸던지 심지어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도시라고 해서 사정이 나을 리 없었지만,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직장을 잡을 길이 꽉 막혀서 서독의 탄광 인부로 가는 시절이었다. 이런 때에 오직 불교인재 양성의 간절한 소망으로 장학회를 설립하고, 그 학생들의 뒤를 챙겼던 덕산의 흐뭇한 마음이 이 사진에서도 느껴진다.

장학회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친 학생들 중에는 고익진‧목정배‧박선영‧조용길‧김선근‧서윤길‧박세일‧문명대‧박호석처럼 학자의 길을 간 인사들도 있고, 이무웅(홍파)‧신광수(법타)처럼 출가 수행자의 길을 간 이도 있으며, 언론인의 길을 걸으며 덕산의 뜻을 펼친 이(이진두)와 공직자가 되거나 기업에 들어가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불교발전을 위해 애쓴 이(이용부‧윤제철) 등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설립자 덕산이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 그 뜻을 계승하여 이 장학회를 이어가는 이가 없어 맥이 끊기고, 이 장학회의 혜택을 받아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이들 중에 교수가 된 뒤 다른 독지가가 설립한 장학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이가 있었으니 고인이 된 덕산이 이 사실을 알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그렇더라도 덕산은 “이게 세상이겠지. 그래도 괜찮아. 장학금 덕분에 학업을 연마하고 불교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이들이 많다고 하잖아!”라고 하며 웃을 것 같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15호 / 2017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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