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원로와 민교협의 불교 편애

불교문제에 적극 입장 표명
개신교·가톨릭 사안엔 냉담
다른 종교에도 애정 갖기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다.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던 원로와 진보적인 대학교수들 모임인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도 근래 불교 내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이 종단 비방과 주지 재직 시 사찰재산 위법 양도 계약 혐의로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았을 때였다. 명진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각계 ‘원로’ 40여명이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탄압” “유신독재의 잔재” 등 불교계를 적폐의 온상 취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는 이해동 목사를 비롯해 함세웅, 문정현, 문규현 신부 등 개신교와 가톨릭 성직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민교협의 불교 관심도 각별하다. 지난 10월11일 조계종 내부 개혁을 요구하는 행사에 민교협 상임의장이 참여해 “조계종의 환부를 도려낼 것을 단호히 명령하고 있다”며 불교 내부 단체들과 연대를 약속했다. 민교협은 조계종의 새 총무원장이 선출된 이후인 10월27일에도 조계종 총무원장을 ‘설정이’ 운운하며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운동을 줄기차게 펼쳐나가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교협이 성명에서 언급했듯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생각할 때 종교의 개혁 없이 사회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종교인 과세 시행에 반발하는 개신교계의 격렬한 저항도 조세 형평성에서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개신교인이 1000만명 가까운 상황에서 교회 세습은 심각한 사회 문제일 수 있다. 자식들에게 교회 경영권을 물려주는 기발한 방식들도 회자될 정도다. 본 교회가 세운 분점 교회에 신도들을 몰아주고 아들이나 사위를 담임으로 내세우는 ‘프랜차이즈 세습’, 두 교회 목사가 서로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교차 세습’, 교회를 제3자에게 넘긴 뒤 아들 목사가 다시 사오는 ‘쿠션 세습’ 등 이 있다고 한다. 최근 등록신도가 10만명, 1년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명성교회 부자세습 문제로 신학대학 교수, 신도 등이 참여하는 세습 반대 촛불 기도회가 잇따르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가톨릭계도 예년과는 크게 다르다. 대구천주교회 유지재단 소속인 시립희망원에서 2014년부터 2년8개월간 거주자 129명이 사망했으며, 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감금, 급식비 횡령 등이 상시로 자행돼 왔다. 여기에다가 8년간 교제하며 결혼까지 약속한 30대 여성에게 일방적인 결별을 통보한 신부에게 위자료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고, 최근엔 대구 파티마병원 수녀가 제약회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충주성심맹아원 12살 소녀 의문사 사건, 청주교구 사제의 보은폭행사건, 충북 영동의 수녀 유치원장 상습 아동 학대 등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 이재형 국장
종교계가 온통 이런데도 사회 원로와 민교협이 유독 불교계 사안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른 의도나 배경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당장 불교 이미지가 추락하기에 스님과 불자들의 분노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멀리 보면 이들의 ‘불교 편애’가 불교계의 자정에 기여할 수 있기에 고마운 일이다. 몸에 좋은 쓴 약을 처방해주는 약왕보살과 비슷한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원로들과 비판적 지성을 대변하는 민교협은 이제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애정을 갖고 적폐청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