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탕평과 종법의 엄정함

기자명 심원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취임사에서 대탕평(大蕩平)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냥 ‘탕평’이 아니라 ‘대’탕평이라 힘주어 천명한 것은 작금의 종단 내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이번 35대 총무원장 선거는 그간 누적되어 온 온갖 불만과 불신들이 집중적으로 폭발하면서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최악의 선거’였다. 존경받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스님들은 물론이고, 종단과 한국불교의 이미지는 처참하게 추락하였다. 우리들 스스로 그렇게 몰아갔다. 다시는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러한 시련 위에 출범하는 만큼 새 집행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크다. 필자는 탕평을 논하기 전에 선거과정에서 표출된 갈등의 쟁점들을 냉철히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행부를 비난하고 공격하던 이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종단 운영이 문중이나 계파 등 소수 정치세력의 이해관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적권한이 사유화되었다.” “삼보정재의 정당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승단 내에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승가 구성원이 각자도생의 길을 찾도록 방치됨으로써 승가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종헌종법이 정의롭게 지켜지지 않고, 금권선거가 암암리에 용인되며, 사법부를 비롯한 종단 기구는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징계 등 법집행의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 그 결과 94년 개혁종단 이후 이룩한 여러 성과들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대중의 신뢰는 무너지고, 주류에서 밀려난 종도들의 소외감은 심각한 단계에 있다.”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비판들이다. 당장 모든 것을 바로잡을 묘책이 없다 하더라도 만약 새 집행부가 위와 같은 비판을 개선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야심차게 제안한 종책 과제들이 빛을 잃을 것이다. 따라서 선거과정에서 ‘금품살포’ 등 명백히 종법을 위반한 사안이 아니라면 그들의 주장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

‘대지도론’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비록 도덕적으로 존경할만한 품격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깊은 이치를 해석할 수 있고 의심의 맺힘[疑結]을 풀어줄 수 있다면 마음을 다하여 공경하여야 한다. 마치 헤진 주머니[弊囊]에 귀한 보배가 담겨 있을 때, 주머니가 보잘 것 없다 하여 그 보배를 버리지 않는 것과 같고, 또 어두운 밤 험한 길을 가는데 못된 사람[弊人]이 횃불을 들고 있다면 그 사람이 나쁘다 하여 그 빛을 마다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 사람이 나쁜 것 때문에 빛을 받지 않는다면 구렁텅이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스승에게서 지혜의 광명을 얻을 적에는 그의 나쁨을 헤아리지 않는다.”

비록 인격 면에서 형편없이 못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스승으로 지극하게 공경하라 하였는데, 설사 반대 진영에서 비판의 주장을 펼쳤다 할지라도 그들도 조계종이라는 운명 공동체에서 함께 하는 도반일진대, 그 비판이 우리의 앞날을 위한 횃불이라면 수용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집행부를 지지한 사람도, 집행부를 반대한 사람도 모두 조계종 종도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말했는가에 연연치 말고, 너와 나를 떠나 옳은 점이 있다면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관행적으로 잘못된 것들을 방치하여 쌓아두었다면 고쳐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 종법의 엄정함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아이들은 한 번 호되게 아프고 나면 훌쩍 자란다. 참으로 큰 희생을 치렀던 만큼 이제 종단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탕평의 시작은 귀를 열고 눈을 열고 마음을 여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지도론’의 말씀을 지혜롭게 실천하여 상생화합의 대탕평이 구현되길 바란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