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이런저런 걱정이나 슬픔, 분노 등이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런 감정이나 고민들을 마음에서 꺼내 눈앞에 놓아보세요. 뭐가 보이나요? 아무것도 안 보이겠죠. 보이지도 않는 실체도 없는 것 때문에 고민하지 마세요.”(p.23)
스님의 조언이 살가운 이유는 다그치지 않아서다. 위로처럼 마음을 다독여주기도 해서다. 책 제목이 ‘마음 다루기 수업’이지만 ‘수업’ 같지 않다. 명상하는 사람 곁에서 지긋이 건네는 인사 같다. 명상하고 수행하면서 먼저 부딪혔던 문제들을 친절하게 일러주기 때문이다.
스님도 고통스럽게 화두로 자신을 몰아붙였던 때가 있었다. 경허 스님 일대기를 다룬 최인호의 ‘길 없는 길’에서 발견한 논리를 뛰어넘는 직관의 깨달음을 발견하고 삭발염의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2001년 그길로 통도사 청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매섭게 정진하다 방황했다. 그때 아잔 브람의 수행처인 호주 보디냐나 사원에서 수행하다 명상지침서 ‘Mindful ness, bliss and beyond’를 만났고, 스님은 달라졌다. 행복을 여는 비밀의 문을 우격다짐으로 밀지 않고 열쇠 하나 꽂아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에 들어온 번뇌는 ‘슬쩍’ 잡아서 ‘살짝’ 마음 밖으로 놓았고, 웃음이 번졌다.
혜안 스님은 ‘마음 다루는 수업’에서도 명상하며 부딪히는 경계는 물론 삶에서 겪는 여러 스트레스를 ‘슬쩍’ 잡아서 ‘살짝’ 버리는 방법을 일러준다. 스님은 ‘휴가’에서 돌아온 걸까. 아니면 우리에게도 ‘마음휴가’를 선물하러 온 걸까. 수행현장체험 겸 취재로 만났던 혜안 스님이 건넸던 조언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책이다.
“빗자루(수행) 들고 휘휘 저어 거미줄(고통)을 제거하는 일은 힘들지 않습니다. 빗자루를 가벼운 나무로 만드느냐 아니면 무거운 쇠(번뇌망상)로 만드느냐는 스스로가 결정할 뿐입니다.”
1만40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