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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불교가 필요합니다

기자명 가섭 스님

초심자 맞춤 신행상담기구 부족
생애주기별 신행과정 준비돼야

얼마 전 강남의 한 사찰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이틀간 진행된 저녁강의에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수강생들이 불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 터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조급했던 염려는 수강생들의 눈빛으로 사라졌습니다. 격무에 시달린 직장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듣는 시간답지 않게 불자들은 수업 내내 엄청난 집중력과 흡입력을 보여줬습니다.

첫째 날 강의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잰걸음으로 도량을 걷고 있는데 한 보살님이 다가왔습니다. ‘스님 불교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안내서나 지침서는 없습니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불교대학 종강을 앞둔 수강생이라기보다 초심자에 가까운 질문입니다.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보살님의 질문요지는 불교를 배우고 신행하려하는데 어디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지, 누구한테 어떻게 신행지도나 안내를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종무소는 사찰의 종무행정을 하는 곳이라 자신이 궁금한 것을 차분히 묻기에는 기도나 불사에 동참하려는 사람들로 너무 분주했기 때문에 이제야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불교를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이나 신행을 하고자하는 발심신도를 친절하게 맞이하는 것에 아직 서툰 내 자신을 들킨 것 같아 순간 막막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처음 사찰을 찾은 이들에게 불교의 신행과정을 안내하는 것에 너무 무심했기 때문입니다. 절에 오면 절하는 이들을 보고 절을 따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눈치껏 배워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믿음이 중요한건 알지만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바른 믿음으로 진실한 불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점검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불자가 적지 않습니다.

강의 중간 중간 질문들의 내용도 신도들에게 들은 굴절된 믿음이나 맹목적 신앙에 대한 것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신행이 어떤 것인지 보다는 좋다고 하니 일단 해보는 ‘묻지마 신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지금 우선적으로 사찰에서 준비되고 설치되어야 하는 것은 ‘신행상담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사찰에 부전스님이 기도를 맡아 진행하듯 신도들의 신행을 근기에 맞게 안내하고 지도할 분들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불교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언제라도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환경에 맞는 신행활동을 지도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신행지도는 한 개인에서 가족으로 확대되어 관리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전도선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안락과 행복 그리고 이익을 위해 전법을 부촉하십니다. 돌이켜보면 엄중한 우리들의 지향점입니다. 처음 불교에 입문하여 믿음으로 실천하는 이들이 안락한 인생과 행복한 삶 그리고 이익된 생활로 변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이끌어야 합니다. 반갑게 맞이하고 체계적인 신행지도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언제오든 ‘어서오라’ 하셨던 붓다의 음성과 넓은 품처럼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도 훌륭한 신행지도가 필요합니다.

▲ 가섭 스님
출생부터 장례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신행과정과 의례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시즌별로 있는 기도와 법회의 내실화도 중요하지만 한 개인을 중심으로 생애주기별 신행과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생애주기는 일반적으로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순서로 구분합니다. 그에 맞는 출생, 생일, 입학, 성년, 결혼, 출산, 문병, 장례 등 생활밀착형 신행과정과 맞춤형 의례의식은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 신심나는 불교’가 되는 출발점이며 신행혁신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 한발 더 먼저 다가서는 친절한 불교가 될 시간입니다.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kasup@hanmail.net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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