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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우리에게 필요한 배려

기자명 성원 스님

반야심경 영상을 치워버렸더니

 
요즘은 배려가 화두다. 정말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변해가고 진보해 가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서 배려에 대한 열풍이 불고 많은 부분에서 배려는 일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배려는 이제 법률로 보장하도록 명시하는 일이 다반사다.

눈에 보이는 시설 설치보다
상대 입장에서 이해가 우선
영상 속 중후한 독경 음색
아이들은 따라할 수 없어

예전 고층승강기를 타면 각층으로 가는 버튼이 세로로 길게 되어있었다. 언젠가 한쪽 면에 층별 버튼이 가로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색다르다 생각한 적도 있다. 요즘은 보편적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고층아파트 승강기에 키 작은 어린이들을 위해 발 받침대를 놓아 둔 것도 이젠 지난 시절의 문화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우리 불교계에서도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배려의 열풍이 불어 닥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바람이 너무 미미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법당이 모두 좌식으로 되어 있고 절하는 좌복이 기본이어서 의자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법당 출입을 꺼리게 되고 예식동참이 힘들다고 한다. 언젠가 법당에 의자를 두고 반드시 불편한 분들은 사용해도 된다고 했는데 철없는 신도들이 큰소리를 지르며 법당에 의자를 들여 놓았다고 불평을 해 불편한 사람들의 맘을 더 아프게 했다.

한번은 여름철에 법당 앞에서 머뭇거리는 분에게 왜 들어가 참배하지 않느냐니까 그러고 싶은데 양말을 신고 오지 않아 못 들어간다고 했다. 맨발로 들어가도 괜찮다고 해도 미안해서 안 된다며 한사코 들어가지 않았다. 누구에게 미안하냐고 했더니 부처님과 참배하는 분들께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부처님은 평생을 맨발로 다니신 분이라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양말을 신는 것이 결례가 아닐까라고 하며 내가 먼저 양말을 벗고 함께 들어가자고 하니 그제야 정말 괜찮은 것인가 하며 함께 들어가 참배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정해진지도 모르는 형식에 얽매여 스스로 힘들어 하고 이웃들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외부적으로 노출되는 하드웨어적인 일도 있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일에도 배려가 필요할 때가 많이 있다.

언젠가부터 불교예식을 할 때 영상을 틀고 삼귀의례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참으로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스님들이 모인 행사에서 그 누구도 목탁을 치지 않고 음향을 들으면서 전체 대중의 목소리보다 큰소리로 흘러나오는 스피커소리에 대중들은 그냥 우물쭈물 하는 풍경이 너무 잦다. 이러다가 불공도 오디오로 하고 스님들은 소리에 맞추어 마지뚜껑이나 여는 날이 올 것도 같다. 너무나 이해 할 수 없는 행사는 이것뿐만 아니다. 종단에서 표준으로 배포한 영상을 보면 삼귀의는 소프라노에 가까운 음색의 청신녀가 부르는 곡으로 되어있고, ‘반야심경’은 비록 우리말이긴 해도 중후한 음색의 염불을 담고 있다. 모두 모여 삼귀의를 한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비구들과 남자들은 삼귀의에서 거의 소외되고 ‘반야심경’에서는 대부분의 청신녀들이 어색하게 따라 하기를 하는 모습이다.

한번은 영상으로 어린이법회를 진행하는데 대부분 ‘반야심경’을 어물어물하는 것이었다. 물론 ‘반야심경’ 대부분을 암기하고 있는 어린이들인데 말이다. 그때는 꾸지람을 했지만 유심히 살펴보니 아이들의 음색과 너무 맞지 않아서 따라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녹음된 음향 없이 법회를 진행했고 모두들 열심히 자신들의 소리로 예경하게 되었다.

배려는 모양과 형식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새 포교부장스님께 어린이용, 청신녀, 비구니스님용, 청신사용 비구스님용으로 영상을 준비해주면 보다 편안한 분위기로 예식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 건의 했더니 살펴보겠다고 했다.

가만히 바라보고 귀 기울이면 지금도 많은 배려의 몸짓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려로 더 따스한 겨울, 더 친절한 불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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