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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의제 다룰 종단 상설기구 필요하다”

  • 교계
  • 입력 2017.12.18 13:52
  • 수정 2017.12.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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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전문가 10인 입장 표명
경율론 근거한 이론 토대로
메뉴얼 등 로드맵 제시해야

불교계가 낙태, 자살, 아동학대, 동물권, 존엄사, 성소수자 등 생명 관련 사회의제에 침묵하는 무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살생을 첫 번째 계율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자비의 종교인 불교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불교계가 낙태, 자살, 아동학대, 동물권, 존엄사, 성소수자 등 생명 관련 사회의제에 침묵하는 무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살생을 첫 번째 계율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자비의 종교인 불교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특히 10년 전 불교생명윤리연구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조계종의 상설기구 설치 결단을 요구했다. 여성, 환경, 계율학, 윤리학, 포교학 등 각 분야 교계 전문가 10인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아픔에 무관심한 불교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했다. 깨달음 지상주의가 자리이타가 아닌 자리에만 머물게 만든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종학연구소나 불학연구소 등 기존 연구기관이 제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간화선만 주창하지 말고 지금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고민을 함께하면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교윤리학을 전공한 허남결 동국대 교수도 “선불교, 마음불교를 오랫동안 지향하면서 불교는 세상일에 소원해졌다”며 “생명 의제가 까다롭다고 꺼리지 말고 의도적으로라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율학 전공인 신성현 동국대 교수와 오진탁 생사학연구소 전 소장, 임정애 생명존중운동본부장,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 교수는 생명 의제를 다룰 상설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성현 교수는 “조직이 없다면 몇몇 의식 있는 사람들의 구두선으로 끝나고 만다”며 “상설기구에서 제 목소리를 낸다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불교호스피스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임정애 본부장 역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생명 관련 사회의제에 적극 대응할 상설기구는 꼭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응철 교수도 “생명윤리위원회나 사회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사회공동선을 논의하는 기구를 통해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오진탁 전 소장은 “연명의료 결정법 등 존엄사 문제에서도 불교계는 침묵했다”고 지적한 뒤 “보고서만 내고 사라지는 조직이 아닌 승속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불교생명윤리위원회의 방향에 대해서는 인력풀을 갖추고 불교교리적 이론 토대를 연구한 뒤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은 “관계성에만 주목하다보니 개체 생명 중심적 사고에 약한 게 사실”이라며 “낙태, 가축 살처분, 학대 받는 아이 등 각각의 생명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는 구체적 연구가 절실하다”고 했다. 최종남 불교학연구회장도 “소임자가 바뀌면 유명무실화 되는 기구는 소용 없다”며 “종단을 구심점으로 한 상설기구에서 경율론 삼장을 근거로 이론과 실천 매뉴얼을 만들고 실천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불교의 메시지는 사회적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은수 불교여성연구소장과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은 생활 속 풀뿌리 운동을 강조했다. 이념과 이론에만 몰두할 경우 생명윤리위는 불교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와 소통할 수 없다는 우려다.

과거 불교생명윤리연구위원회 임신중절 분야에 참가했던 조은수 소장은 “이론에만 천착하고 삶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놓치면서 종단 밖으로 확산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소장은 “대다수가 여성인 불자들이 각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가르치는 등 풀뿌리 운동으로 확산해 나갈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형 소장도 “사회노동위원회나 환경위원회가 그나마 불교의 면을 세우고 있다”면서도 대외과시용 생명윤리위원회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구조적으로 불교와 사회를 바꿔나갈 동력을 키워야 한다”며 “신도나 스님들을 교육하는 현장에서부터 생활 속 불살생 콘텐츠를 제공하고 가르칠 때 바람직한 생명윤리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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