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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수밧다의 선지식 감별

기사승인 2017.12.19  13: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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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 그림=근호

아나타핀디카는 부처님 당시 코살라 국의 대부호였다. 그는 소년 시절에 교육도시로 유명했던 탁가실라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그는 욱가라는 소년을 사귀었고, 마음이 잘 맞았던 두 소년은 장차 자신들의 자식을 서로 혼인을 시키기로 약속했다.

장자의 아들과 혼인한 수밧다
자이나교 나체 행사에 불참해
시아버지 노여움 사 추방 위기
불참이유 말하며 시부모 교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욱가가 아나타핀디카를 찾아왔다. 그때 아나타핀디카는 자신의 장성한 딸 수밧다로 하여금 옛친구를 시중들도록 했는데, 그 과정에서 욱가는 수밧다가 매우 싹싹하고 지혜로운 것에 감탄했다. 그는 아나타핀디카에게 전에 탁가실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며 수밧다를 자신의 며느리로 출가시켜 달라고 청했다.

딸이 먼 곳으로 떠나기 전, 아나타핀디카는 딸에게 시댁에 가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었다. 또한 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후견인 여덟 사람을 딸에게 딸려 보내어 억울한 일이 생기면 그녀에게 조언하도록 조치했다. 마침내 날이 차 엄청난 양의 결혼 예물과 함께 수밧다는 욱가 장자의 집으로 향해 떠났다.

얼마 후, 욱가 장자의 아들에게 시집간 수밧다를 시험하는 일이 일어났다. 시아버지 욱가가 자이나교 승려들을 집에 초대하여 공양하는 행사가 있었던 것이다. 자이나교 승려들은 철저하게 무소유 원칙을 지킨다. 불교 스님들 또한 무소유자로써 살게 되지만 불교에서는 승복 두 벌을 갖는 것까지는 소유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자이나교에서는 옷을 소유물로 보아 아예 발가벗고 수행하는 승려들이 있는데, 그때 욱가의 집에 초대된 승려들이 그들이었다.

자이나교 승려들이 도착했을 때 욱가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종교 행사장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며느리 수밧다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욱가는 수밧다에게 사람을 보내어 종교 행사에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수밧다는 자신은 나체 수행자들 앞에 나아갈 수 없노라며 그 지시를 거부했다. 욱가는 다시 사람을 보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밧다 또한 자신의 의지를 꺾으려 들지 않았다.

한 쪽에서는 부르고 따른 쪽에서는 거절하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마침내 욱가는 버럭 화를 내며 아랫사람들에게 수밧다를 집안에서 내쫒아 버리라고 명령했다. 이에 수밧다는 곧 자신의 여덟 후견인들을 불러 그들의 조언을 구했다.

“어르신들, 이번 일에 저의 잘못이 있습니까?”

후견인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잘못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이 집을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욱가는 자신의 아내와 이 문제를 상의하고 있었다. 욱가가 자신의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는 자이나교를 믿고 있지만 내 친구 아나타핀디카는 오래 전부터 불교를 믿고 있소. 그의 불교에 대한 신심은 실로 대단하오. 그의 딸로서 수밧다 또한 불교에 대한 신심이 투철하오. 그래서 우리의 종교 행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
“단지 그것뿐일까요?”
“며느리를 불러 물어봅시다.”

이렇게 하여 수밧다는 시부모들 앞에 불려나갔다. 욱가가 수밧다에게 물었다.

“너는 왜 우리 집안의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냐?”
“첫번째로, 행사를 집전하시는 분들이 옷을 입고 있지 않아서입니다. 저는 부끄럽고 민망해서 그분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습니다.”
“단지 그것뿐이냐?”
“또 있습니다. 저는 부처님과 부처님을 따르는 스님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저는 그분들께 바치는 존경심을 다른 교단의 지도자들에게는 바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존경하는 스님네들이 어떤 분들인지를 말해보아라.”

이것이야말로 수밧다가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분들의 마음은 고요하고, 감각기관은 밝고 맑습니다. 그분들은 조용하게 걷고, 침착하게 섭니다. 눈을 아래로 뜨고 말은 극히 적게 합니다. 그분들은 안과 밖이 진주처럼 청정하며, 쌓으신 공덕 또한 몸과 마음에 가득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얻으면 우쭐대고 잃으면 풀이 죽지만 그분들은 얻고 잃음에 대한 차별심이 없습니다.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받을 때에도 그분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습니다. 쾌락을 즐거워하지 않고, 고통을 당하더라도 바위처럼 견고하게 그것을 견디십니다. 이분들이 바로 저의 스승님들입니다.”

수밧다의 말을 들은 그녀의 시부모들은 크게 감동했다. 그들은 수밧다에게 그런 훌륭한 분들을 자신이 공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했고, 수밧다는 사람을 코살라 국으로 보내어 부처님과 오백 명의 비구 스님들을 초청했다.

부처님께서는 선지식을 섬기기 전에 그를 잘 감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하는 설법이 높다고 하여 그의 내면 또한 장엄하다고 지레 짐작하지 말고, 그의 신구의 삼업을 보고 그의 실제 모습을 판단하라고 권하신 것이다. 내면의 경지는 그에 걸맞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마련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나타핀디카의 딸 수밧다는 부처님의 그 권고에 따라 스승을 판단하였다. 그녀는 불교 승려들을 지극히 존경했는데, 그 존경심은 승려들의 신구의 삼업이 매우 청정하고 고요했기 때문이었다. 말수가 적고, 행동이 고요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을 통해 그녀는 승려들의 내면이 진주처럼 청정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한 것이다.

현재 한국 불교에는 고승대덕으로 칭송받는 많은 스님들이 있다. 그분들 중에는 단지 법랍이 높기 때문에 칭송을 받는 분도 있고, 장엄한 설법 때문에 그런 칭송을 받는 분들도 있으며, 세속적으로 명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칭송을 받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법랍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아무리 장엄한 설법을 한다고 해도, 아무리 명성이 높다고 해도 그것이 그의 경지가 높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스승을 판단해보자. 사람의 마음은 깊고도 깊다. 좋은 의미에서도 깊고, 나쁜 의미에서도 깊다. 내가 보살이라고 믿고 모시며 받드는 스승이 아뢰야식의 깊고 깊은 ‘업놀음’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사람의 마음은 심오하다는 의미이다.

기독교에 적그리스도라는 개념이 있거니와 불교에도 적보살, 적선지식이 있다. 불교를 앞세워 혹세무민하는 지도자들이 그들이다. 혹세무민은 때로 아름답고 장엄한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를 현혹하기도 한다. 그들, 또는 그 가르침의 허실을 예리하게 분별함으로써 맑고 밝은 불법에서 솎아내어 배제하는 통찰지혜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더 필요하다.

김정빈 소설가·목포과학대교수
jeongbin22@hanmail.net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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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빈 교수 jeongbin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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