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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현정(破邪顯正)

정의는 속지 않은 것에서 시작

교수신문이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설문에 응한 교수 1000명 가운데 340명(34%)이 파사현정을 꼽았다. 파사현정은 삿됨(邪)을 부수고(破) 바름(正)을 드러낸다(顯)는 뜻이다. 파사현정은 중국 수나라 때 삼론종을 크게 일으킨 가상대사(嘉祥大師) 길장(吉藏, 549~623) 스님의 저술 ‘삼론현의(三論玄義)’에 등장한다. 여기서 삿됨이란 삿된 생각이나 잘못된 견해를 말하는데 이를 타파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正法)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과거 선정됐던 사자성어가 암울한 현실을 담고 있었다면 이번 파사현정은 국민들의 촛불 시위와 그 결과에 따른 새로운 정부의 탄생 등 올해 있었던 성과들에 대한 평가로 읽힌다.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던 지난해 12월 선정됐던 사자성어가 “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으니, 파사현정과 절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삿됨을 타파하고 결국 새로운 배를 물에 틔웠으니 말이다.

파사현정은 정치나 사회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파사현정은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국민 하나하나의 잘못된 견해가 결국은 바르지 못한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파사현정은 항상 깨어있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파사현정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삿됨의 본래 의미는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잘못된 견해, 즉 전도몽상(顚倒夢想)을 말한다. 바르게 보지 못하고 뒤집어 보는 것, 이것이 바로 삿됨이며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지는 근원이다. 잘못된 견해를 버리면 바름은 그냥 드러나는 것이다.

세상은 거짓된 정의와 조작된 불의가 판을 치고 있다. 악어의 눈물로 후원금을 갈취했던 일명 어금니 아빠의 범죄 또한 포장된 정의에 속았기 때문이다. 이제 눈을 똑바로 뜨고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행동은 그 뒤라도 늦지 않다. 올 한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짓과 불의에 속았을까? 이에 대한 반성에서 파사현정이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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