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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단 서귀포군팀 양순실-상

기자명 양순실

화탕지옥의 병마, 군포교의 길 걷게 하다

 
삶은 정말 예측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고나 할까. 불연도 정말 뜻하지 않게 다가왔다.

최선을 자부한 삶, 병마로 나락
비구니스님 따듯한 위로에 감화
체험 나누고 싶어 포교사 발원

그동안 사찰이라는 도량은 참배나 기도, 정진을 행한다는 의미보다 말 그대로 방문에 그친 어떤 공간에 불과했다. 부처님오신날 하루 구경삼아 아들과 집과 가까운 사찰을 찾아 어설픈 삼배와 함께 예불에 참여하고 점심공양을 하고 오는 게 전부였다. 분명 우리말로 예불의식을 하는데도 참 알아듣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사한 직장에서 23년이란 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알고 있는 길이 집과 직장 가는 길뿐이다. 오롯이 집과 직장만을 왕복하며 나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삶이 엉망진창이 되고 생 자체가 화탕지옥으로 변하기 전까지 그랬다.

예고 없이 큰 병이 찾아왔다. 처음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음은 의지할 곳을 찾아 헤맸다. 여기저기 종교시설에 발을 들였다 뺐다. 그러다 마음은 집 근처 사찰로 향하기 시작했다. 걱정과 위로는 큰 힘이 됐다. 비구니스님의 진심어린 한 마디 한 마디가 아픈 마음을 감싸줬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고통을 헤쳐 나갈 수 있겠다는 의지가 생겨났다.

하루 이틀, 사찰로 향하는 횟수가 늘었다. 법문을 자주 듣고 마음에 조금씩 여유도 생겼다. 사찰예절의 필요성을 느끼고 부처님 가르침이 궁금해졌다. 주지스님은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다. 서귀포불교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했다. 내가 느낀 안정을 누군가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포교사고시에 응했고, 포교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배정받은 팀은 서귀포총괄 군포교팀이었다. 우연히 하나 뿐인 아들이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 하던 때라 군복을 입은 모습만 봐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곤 하던 시기였다. 군장병들 모두 아들처럼 살갑게 느껴졌다. 군법당이 없었다. 해서 이곳저곳 군부대 장병들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사찰을 방문하는 순례법회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 강정해군기지 내 해관사라는 군법당이 생겼다. 강정해군기지 내에 주둔하고 있는 수병들과 입항하는 함정 내 수병들 그리고 파견 나온 해병대원들을 상대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다.

제주강정해군기지는 방송매체가 떠들썩하게 알렸다시피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인지 분별의 잣대는 필요하지 않다. 강정마을은 지금도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이곳에서 군복무하는 군인들도 영향을 조금씩 받을 수밖에 없다.

강정해군기지 내 군법당 해관사는 이제야 불사가 회향된 만큼 불자회 등 신도단체가 없다. 더군다나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군법당이지만 강정마을에서 서로 눈치 보느라 찾아오는 인근 불자도 없다. 그럼에도 군포교팀이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일요일마다 법회를 쉬지 않고 열고 있다. 

법회는 1부와 2부로 나눴다. 1부는 법회, 2부는 군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이나 마음치유 프로그램들을 접목해서 진행한다. 물론 부처님 가르침을 듬뿍 담은 프로그램들이다. 예를 들면 불교용어나 부처님 생애가 생소한 수병들을 위해 OX 퀴즈 등으로 낯선 불교용어와 친근해지도록 돕거나 부처님 가르침 관련 동영상으로 다양한 설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처님오신날, 송구영신 법회 등에도 수병들이 헛된 시간이 아닌 소중하고 보람된 시간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훗날 군법당서 보낸 시간들을 추억할 때 좋았노라고 회고할 수 있길 바랄뿐이다.

양순실 제주지역단 서귀포군팀 soonsilyang@hanmail.net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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