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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연구원 ‘우바이’ 세미나-4. 한국 여성불자의 현실과 미래 전망

기자명 옥복연

“불교, 성평등 사회 적응 못하면 여성불자 사라질 것”

▲ 옥복연 소장은 “불교가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고귀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여성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종교는 오랜 시간동안 성 억압의 장치로 역할하면서 순종적인 여성상을 유포하며 부정적이고 열등한 여성정체성을 전승해 왔다. 종교 내에서 남성이 제시한 종교적 규율을 엄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처벌되고, 여성의 남성 종속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종교 창시자의 가르침을 왜곡하거나 뛰어난 여성종교인을 역사에서 삭제하기도 한다. 불교도 이와 유사한데, 깨달음 과정에서 여성문제는 중요치 않다고 주장하거나,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분별심으로 해석하거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지켜가야 할 전통이나 관습으로 포장하거나, 다음 생에 남성으로 태어날 것을 염원하며 현실 순응을 요구하거나, 성평등 요구를 해종행위나 출가자에 저항하는 것으로 간주하거나, ‘때가 되면…’이라며 인내를 강요하기도 한다. 또한 여성문제는 깨달음의 과정에서 중요치 않다거나, 업이 많아 여자로 태어났다며 부정적인 여성정체성을 강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차별을 당연시하기도 했다.

여성 차별 문제 외면한 것이
불자인구 감소 원인 중 하나
노년 여성불자층이 많은 것
변화거부하는 보수성 강화

성 정체성 만족도 조사에서
비구니스님 만족도 가장 저조
불교 내 성평등 정착 위해선
여성불자·종단 모두 변해야

이러한 현실에서 불교여성주의는 교리가 성평등함에도 불구하고 젠더 위계를 강요하는 법제도를 유지하거나 희생과 봉사의 여성상을 강요하는 교단 문화가 성차별적으로 전승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이러한 성차별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붓다의 가르침으로 성평등, 인간평등, 그리고 생명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6년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개신교 신자는 10년새 123만 명(15%) 가량 늘어난 반면, 불교 신자는 296만 명(-28%) 감소하였고 천주교도 113만명(-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있었는데, 불교가 ‘불교다움’, 즉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깨달음 지상주의’에 갇히면서 나눔, 도덕, 생명살림, 자유, 평등, 정의, 자비 등 보편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는 반성도 있다. 종단 내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매우 큰 데, 2007년 조계종단 통계에 의하면 조계종단에 등록한 신도 중 67.8%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다수 신도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여성문제를 포함하여 변화하는 사회적 이슈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성불자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인 전체가 줄어든 원인 가운데는 모든 종교에서 젊은 세대의 급격한 이탈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왜냐면 2015년 한국갤럽의 조사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모든 종교에서 2030세대가 급격하게 감소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 종교 가운데 불교에서 젊은 세대의 감소는 더욱 심각한데, 불교는 2030세대(10%)와 5060세대(67%)의 격차가 가장 크다. 기독교는 젊은층 18%와 노년층 47%인데, 이와 비교하면 불교에서 노년층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종교인구로 노년층 여성이 많다는 것은 종교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종교를 선택하는 평균 연령은 ‘9세 이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자녀 양육에서 벗어난 노년층 여성들은 자녀를 신도로 만드는 데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찰 법회나 행사에서 일할 여성 봉사자가 줄어들고, 종교집단이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보수성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노년층 여성불자가 많은 불교는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여성성’을 ‘모성’과 동일시하면서 자비와 희생에 기반을 둔 모성을 ‘여성성의 본질’로 규정함과 동시에 여성의 영적 우월성만 노골적으로 강조해왔다. 성역할 이분화를 봉사와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무성적(asexual) 여성을 이상화하면서 여성유혹자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그 결과 이상적인 여성불자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탈인간화(dehumanized)되고 탈성화(desexualized)된 여성상을 만들어 유통시켰다. 고령화는 여성불자들 중에서도 보수적/진보적, 폐쇄적/개방적인 인식차를 만들어, 여성신행의 방향에 대해서도 여성 내부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불교가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고귀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여성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선업을 쌓아서 다음 생에 남성의 몸으로 태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것을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불자는 자신이 여성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여성의 성정체성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2013년 조계종단 네 집단(비구, 비구니, 남성불자, 여성불자)의 성정체성 만족도(나는 여/남자로 태어난 것에 만족함), 전생업설(전생에 업이 많아 여자로 태어난다), 변성성불론(여성은 성불하려면 남성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자신의 성정체성에 만족하는 순서는 비구>남성>여성>비구니의 순서로, 비구집단이 자신이 남성이라는 것에 대해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비구니집단은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가장 불만이었고, 비구집단은 전생업설과 변성성불론을 가장 많이 믿고 있었다. 즉 비구니집단은 자신이 성정체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었고, 비구집단은 가장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출가자와 재가자로 나누어 비교할 때, 오히려 출가자가 재가자보다 더욱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성정체성 조사 과정에서 비구니승가의 정체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혼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머리 깎은 사람에게 남자, 여자가 어디 있나?”라며 ‘수행자로서의 몰성적 정체성’을 보이거나, “부처님이 언제 남녀를 차별했나? 남녀 차별하는 사람들은 공부가 잘못된 사람들”이라는 긍정적 정체성을 보이거나, “다음 생에는 비구로 태어나고 싶다”는 ‘부정적인 여성 정체성’을 응답하기도 했다. 비구니승가는 여성불자 수행상의 롤모델이며 지도자인데, 만약 비구니승가가 부정적이고 열등한 여성관을 가지고 있다면, 여성신자에게도 이러한 여성정체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비구니승가의 참종권 확대를 통한 긍정적인 비구니상을 형성하는 것은 여성불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 조직은 제도화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소멸하는데, 이를 불교성차별의 제도화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초기 단계’는 인간평등과 생명존중사상이라는 혁명적인 교리를 통해 비구니승가가 설립되고 뛰어난 여성제자들도 지원하며 성평등을 강조한다.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면 성평등보다는 가부장적인 교단의 조직 정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조직이 안정되는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면 성차별적 법과 제도로 여성들을 규율하면서 가부장적 종교로 정착한다.

하지만 성평등한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여성불자로부터 배척당해서 ‘와해의 단계’로 들어가지만, 성평등한 제도와 문화를 받아들여서 ‘재구성의 단계’가 된다. 즉 불교가 성평등한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여성불자로부터 배척받아 사라지거나, 혹은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여 성평등한 교단으로 재구축할 수 있다. 오늘날 불교는 성평등을 기준으로 ‘와해단계’와 ‘재구성단계’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종단은 종법과 계율로 가부장적 구조를 강화해왔고, 여성불자들은 체제 순응적으로 남성적인 시선과 기준을 내면화하기도 하고, 주변인으로서 중심에서 이탈하기도 하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받아들이면서 다음 생에는 남성으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기도로 현실을 회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불교 내 성평등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성불자도 변하고, 종단도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한국불교사를 통해 볼 때, 여성불자들은 종단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붓다의 가르침을 수호하고 교단의 청정성을 호지하면서, 뛰어난 출가자들을 지원해왔다. 그러므로 여성불자가 앞장서서 오늘날 한국불교가 처해있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성불자들은 자신의 신행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찰 안팎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여성의 언어로 말하고, 여성의 경험을 모아서 과연 그것이 붓다의 가르침에 합당한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성불자들은 붓다의 가르침과 맞지 않을 때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소위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고 하는 이유는 여성의 경험이 개별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든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경험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 차별적 경험을 했다면 이를 혼자만의 일로 덮어둘 것이 아니라 여성불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문제를 드러내면서 성차별이 붓다의 가르침이 아님을 말해야 한다. 차별로 여성들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여성불자들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뛰어난 여성불자들을 발굴하고 널리 알려서, 여성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성차별적인 교리들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한다. 불자라면 마땅히, 깨달음에 남녀가 따로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성평등, 인간평등을 넘어서 온 생명의 평등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성차별이 아니라 성차이를 인정하면서, 사부대중이 서로 깨달음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젠더파트너쉽’을 가진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사부대중이 원하는 총무원장을 사부대중이 뽑을 수 있고, 재가자가 출가자와 사찰 운영의 주체가 되며, 계율을 어긴 출가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계율과 종법으로 처벌해야 함을 의미한다.

종단은 사찰 내 이분화된 성역할을 극복하기 위해 종법과 제도로 성차별을 금지하고, 여성상급자나 비구니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여성할당제나 성별영향분석평가 등 성주류화정책을 적용함으로써 성평등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여성불자에게 공양간이나 법당에서 묵묵히 봉사만을 요구한다면, 노보살에게 반말하는 젊은 비구에게도 예경을 해야 한다면,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거나 무조건 낙태는 안된다는 등의 법문으로 여성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입시기도나 생전예수제 등으로 기도금만 강요한다면, 빠른 시일 내 한국에서 2등 종교가 아니라 삼류 종교가 될 것이다.

▲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이제 천만 불자니 한국 대표종교니 하는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여성불자를 말할 때이다. 왜냐면 불교가 쇠퇴기로 가느냐, 아니면 회복기로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그 방향을 여성불자들이 선택할 것이기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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