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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과 민주주의 제도화

기사승인 2018.01.03  16: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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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사에서 2017년은 촛불혁명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국정농단사태로 불거진 국민의 분노가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고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권력이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분노를 과격한 행동으로 분출하지 않고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탄핵과정과 조기 대통령선거절차를 이성적으로 수용하여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켰다. 4.19민주혁명과 5.16군사쿠데타, 12.12신군부반란 등과 같은 초헌법적 방식이 아니라 제도화된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을 마무리 지웠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크게 성숙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촛불혁명은 국가 최상의 제도인 헌법가치를 주권자인 국민이 신뢰하고 지켜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위대한 도약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데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국민의 바람, 즉 민주주의의 제도적 성숙이라는 국민의 바람에 역행하는 정치인과 언론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정치세력이 오랫동안 내편과 네편으로 나뉘어 살생결단식으로 대립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정치인과 언론은 정치이념 대결구조를 모든 사회현안으로 끌고 들어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맞추어 사회현안을 해석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제도적 성숙에 역행하는 정치인과 언론의 과잉정치화이다. 정치인과 언론의 과잉정치화 행위는 끊임없이 반복되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연말에 발생한 제천 화재참사는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세월호사고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모든 정치인들이 입 모아 외쳤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행보는 억울한 희생을 애통해 하기 보다는 정치적 공방의 기회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사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유족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표한 것에 대해 야당은 정치적 공격을 앞세운 의견을 표명했다. 여당도 이러한 야당에 대해 정치적 공세라고 하면서 또 다른 정치적 공방을 전개했다. 야당은 제천 화재참사를 정부여당 탓으로 돌려 공격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겠지만 이보다 앞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에 여당과 야당 정치인 모두가 소홀했다는 반성이 있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도 정치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했고, 또 지금도 개입하고 있는 과잉정치화가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에서 방송에 정치적 개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치적 독립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과 코드가 일치하는 인물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권력의 의도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는 현재의 제도에서는 애당초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과거의 행위를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주장하며 사태 해결을 주도하는 세력 역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화하려는 노력보다는 권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단기간에 과거 세력을 응징하려 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뒷받침하는 온전한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과잉정치화의 오류를 답습하고 있다.   

과잉정치화는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일방적인 찬성과 무조건적인 반대의 목소리만 표출시키고 합리적이고 이성적 목소리가 표출되는 공간을 빼앗아 버려 민주주의를 훼손시킨다.  석가모니가 출가자들이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청정승가를 구현하고 수행을 전념하도록 잘못이 있을 때마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계율을 제정한 수범수제(隨犯隨制)도 승가 운영을 제도화하는 방편이다. 계율 제정을 통해 출가자의 행위규범을 제도화했기 때문에 승가가 긴 역사의 시간 속에 존속해 온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혁명을 이성적인 정치참여로 승화시킨 국민은 정치인과 언론에게 사회를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지 말고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국민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술년 새해에는 촛불혁명 정신을 민주주의 제도화로 승화시켜야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김관규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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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규 교수 kwankyu@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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