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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전부다

기자명 심원 스님

동해에서 힘차게 솟아오른 붉은 태양이 낙산사 관음보살의 미소가 되어 세상을 비춘다. 무술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그래도 시도해보는 금연이나 다이어트에서부터,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속득취업 원만성취’와 ‘국가고시 무난합격’에 이르기까지 기대와 설렘으로 활기가 돈다. 나라 대통령도 온 국민의 행복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종 새해 정책을 내놓았다.

불교계를 돌아보면, 지난 정유년은 총무원장 선거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로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더구나 ‘불자 300만 감소’라는 통계자료가 발표되면서 불교계는 위기의 현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상황극복을 위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세우고 앞으로의 백년을 디자인할 백년대계본부가 조직을 정비했고, ‘청년이 불교의 미래다’라는 기치를 걸고 미래세대위원회가 공식 출범하였다. 또 ‘붓다로 살자’는 포교원의 신행혁신운동은 현대불교 신행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둘러보니 새해 무술년에는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우선 그동안 정성껏 뿌려놓은 씨앗들은 부지런히 가꾸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또 산업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 거칠게 몰아닥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흐름 앞에, 불교의 역할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게다가 당장 1월부터 종교인과세도 시행된다. ‘종교인이 존경받으려면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익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한다면, 종교인이기 전에 시민으로서의 자격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보다 엄격해진 세간의 요구에 대해 불교의 특성이 훼손되지 않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과제도 놓여있다. 세간에서는 ‘시작이 반’이라 하지만, 불법문중에서는 ‘시작이 전부’라고 한다. ‘처음 발심한 그때에 바로 정각을 이룬 것’이라는 의미의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은 ‘법성게(法性偈)’로 더 잘 알려진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서 의상대사가 하신 말씀이다. 첫 마음을 내는 시작의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명구다. 시작 그 자체가 이미 목표의 완성이며 궁극이라고 엄청난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내었다 해서 저절로 궁극의 목표인 최상의 깨달음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바탕에 ‘끊임없는 정진’이 전제되어 있음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보현행원품’에서는 이러한 정진을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이[무유피염 無有疲厭]’라고 표현한다.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부처님과 같은 공덕을 성취하여 최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10가지 행원(行願)을 닦으라고 권유하면서, 잊지 않고 반복해서 다음과 같이 당부하셨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한다 하더라도 결코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이, 그렇게 끊임없이 행원을 닦으라.’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애초 서원한 목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결코 지치거나 싫어하지 않는, 이러한 마음이 있기에 처음 발심한 그때에 바로 정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허공계가 다할 때까지 초심으로 정진하는 것은 원대한 과제로 남겨둔다 하더라도,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1년을 기한정코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 없이 정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실천해 간다면, 적어도 섣달 그믐날 새해 계획의 반은 성취할 것이다.

새해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설렘이 있어 참 좋다. 비판만 하는 날선 칼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꾸어 격려하며 함께 한다면, 우리 불자들이 희망하는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 신심 나는 불교’로 거듭나는 것이 크게 어려운 과업은 아닐 것이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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