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강경구

불교 수행법엔 건강하게 사는 방법 담겨있어

보통 세상에서 불교는 공(空)의 철학이라고 한다. 일체가 다 공이라든가, “사리자여, 이 여러 법의 ‘비인 모습’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러워지지도 않고 맑아지지도 않는다네” 라든가, 불교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는 일원상(一圓相)도 기본적으로 공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아 틀림없다.

양생·섭생법 등 불교수행과 관련
단식, 가장 손꼽히는 불교 건강법
뱃속 비우는 것 정신 맑히는 기초

한편 불교는 다른 의미에서 건강의 교훈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불교 수행 방법 속에는 동양 사회에서 통용되어지던 건강교훈들이 녹아들어 있다. 예를 들어 밥 먹을 때에 물 말아먹지 말라고 흔히들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변산반도에서 수련하시던 분들이 시초라고 말하던데 그 수련법이 지리산으로 전해졌다고 들었다. 의학적으로 살펴보면 밥알 같은 단단한 물질을 소화시킬 때에 움직이는 위의 근육과 물 같은 유동 물질을 소화시키는 데에 사용하는 위의 근육이 서로 다르다. 그 두 가지를 같이 움직이게 되면 위 운동이 부적절하게 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밥에 물을 말아먹으면 두 가지 근육이 서로 상충을 일으키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위 운동이 약화되고 부조화가 일어난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양생법’이나 ‘섭생법’이 다 이러한 부류에 들어간다. 불교건강학에서 가장 손꼽히는 것이 단식이다. 여러분들도 경험하셨겠지만 속을 비우면 즉 공복 상태가 되면 머리가 맑아진다. 번뇌가 줄어들고 청정한 내 모습을 살펴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절에서 예불이 전부 공복 상태일 때에 거행되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이다. 배부른 상태에서 예불하다가 먹은 밥이 넘어오기 십상이다. 공을 좋아하는 불교가 공복에 중요한 일을 치루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요즘 포만감을 즐기는 세태가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은 먹고 있다. 아니면 마시고 있다. 먹고 또 먹고 또 마셔대고 있다. 안 먹어도 될 듯한데 인사로 내놓는 커피, 과자, 과일, 현란하게 장식을 한 제과점 케이크 등은 매우 고혹적이고 도발적이다. 필자가 여기서 계속 역설하려는 것은 그 반대의 길이다. 좀 덜 먹고 살자, 덜 마시고 덜 먹으면서 그 대신 기회가 생긴 입을 이용하여 이야기 좀 하고 살자, 마주 앉아서 멀뚱멀뚱하기 어려우니까 그 대신 먹고 마시는 듯한데 불교인답게 입 좀 열고 말을 하면서 머리를 원활하게 돌려가자는 이야기다. 서로 속셈이 뻔한 상태에서 본심을 감추려는 듯이 고가의 케이크로 사람마음을 유혹하지 말자. 요새 같은 한국사회에서 이제 좀 굶어도 된다. 당장 안 죽는다.

영양 상태를 생각해서 덜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좀 ‘비우고 살자’는 얘기다. 머리로만 헛되게 ‘일체가 공이다’라는 염불하지 말고 우선 우리들 뱃속부터 비우자. 뱃속을 비우는 훈련이야말로 정신을 비우는 훈련의 기초가 된다. 뱃속을 비우는 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을 비웁시다”라고 하는 것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뱃속 비우기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비운단 말인가. 공을 이야기하고 비움을 말할 수 있다면 배고픔을 당연히 견뎌내야 한다. 단식도 하는데 절식을 못한다는 말인가. 그러고도 불자라고 하나. 부처님의 고행상이 이제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비우는 방법이 무엇이냐? 그러한 것을 소화기 내과 전문가한테 귀 기울여서 들어보자.

공복감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대의 불치병, 성인병에서 조금이라도 자유스러울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불자의 건강학, 이것이 이 칼럼에서 전하고자 하는 전부이다. 공복감을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으신 분들은 이 글을 안 읽으셔도 되겠다. 공복감으로 행복을 찾자.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23호 / 2018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