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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삼학 두루 구족했던 광덕 스님

기자명 이병두

전법에 일생 바친 이 시대 부루나

▲ 1965년 9월12일 대불련 구도부 봉은사 수도원 입사식. 앞줄 가운데 앉아 있는 분이 광덕 스님.

“지은 바 모든 공덕을 널리 중생에게 회향하겠습니다. …제가 지은 공덕은 일체 중생의 공덕이 되어 저들의 미혹한 마음이 활짝 밝아지오며 불보살이 이루신바 모든 공덕을 수용하고 불국토의 청정광명을 영겁토록 누려지이다. 옛 불보살이 이러하셨으며 오늘의 불보살이 이러하시오매 저희들의 회향도 또한 이러하옵니다.”

육조단경 선관책진 등 번역
스님의 지극한 울림에 감동
대학생 군포교 열정적 지원
1974년 문서포교 불광 창간

광덕 스님이 지은 ‘보현행자의 서원’ 회향(廻向)분의 처음과 마지막 단락이다. 스님이 여러 경전과 ‘육조단경’ ‘선관책진(禪關策進)’ 등 선어록을 번역하고 ‘보현행원품강의’ 등 여러 저서를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이 ‘보현행자의 서원’을 독송할 때에는 감동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 이처럼 스님은 일찍부터 경전 번역 뿐 아니라 법회 의식 한글화의 선구자이며 ‘문서 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74년 11월 월간 ‘불광’을 창간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전법(傳法)에 일생을 바친 이 시대의 부루나 존자였다.

봉은사 주지 시절 스님은 막 창립된 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 활동을 적극 지원하였다. 대불련 수련회와 화랑대회 등에 가능한 동참하여 보살폈고 “출가 수행자와 똑같이 구도의 길을 가겠다”며 봉은사에서 문을 연 구도부 수도원 학생들을 동생이나 아들‧딸처럼 정성을 다해 지도하였다. 이 사진은 1965년 9월12일 구도부의 수도원 입사식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장면이다. 맨 앞줄에 앉아계신 분이 스님인데 세속 나이 40이 채 안 되었던 때의 인자한 모습은 1999년 초 열반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전국 사찰에서 열린 대불련 수련회에서는 학생들과 공양을 함께 하고 수행을 지도하며 젊은이들의 불심을 다져주었다. 스님은 특히 박성배‧서경수‧이기영 교수나 덕산 이한상 거사와 한마음이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며 ‘승재가의 벽을 넘은 우정’을 보여 주기도 하였는데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요즈음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신심과 재력을 가진 여성 불자들이 ‘불이회’를 창립하여 수십 년 째 봉사활동과 문화 답사를 이어가고 ‘불이상’을 제정해 불교학자와 사회공헌 공로자들을 격려하게 된 것도, 이기영이 제안하고 스님이 회원들에게 권유하면서 시작되었다.

한편 스님이 종로 대각사에서 시작한 ‘불광법회’는 지역과 계층에 따라 ‘법등’을 조직하여 무기력하던 법회 활동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법등 법회를 할 때에는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전법으로 바른 믿음을 삼겠습니다. 전법으로 정정진을 삼겠습니다. 전법으로 무상공덕을 삼겠습니다. 전법으로 최상의 보은을 삼겠습니다. 전법으로 정토를 성취하겠습니다”라는 ‘법등오서(法燈五誓)’를 함께 독송하며 “전법 행자가 되겠다”는 서원을 다졌다.

스님이 어린이‧청소년‧대학생‧군장병과 일반 불자들을 가리지 않고 전법에 정성을 기울인 것은 이 서원의 실천이었다. 1970~1980년대 군 생활을 한 이들 중에는 군 법당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발심하여 전역 후에도 신심 돈독한 신행을 이어가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이들은 “첫 법문을 들었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한다.

스님은 열반을 앞두고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법회 시작하기 전과 끝난 뒤 법당 입구에서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말씀으로 신도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며 격려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불광법회의 성공은 법등 조직과 의식 한글화 등 현대화된 운영에 힘입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스님의 한결같은 화안애어(和顔愛語)가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한 해 뒤면 스님이 열반에 든지 20년이 된다. 이판과 사판, 어느 한 가지에도 소홀함이 없었고 철저한 계행(戒行)으로 존경받았던 광덕 스님, 스님의 뜻을 제대로 이어가는 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23호 / 2018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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