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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기와 법의 의의

초기에서 대승까지 관통하는 불교패러다임

최근에는 서구에서 불교가 종교를 초월하여 명상을 비롯한 심리치료나 웰빙의 차원에서 매우 다각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서 시대적으로 불교가 처한 위치와 그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시대에 붓다가 다시 출현했더라면, 과연 붓다는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불법을 펼쳤을까?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붓다 체험영역 체계화 과정서
연기와 법의 관계 형태로 제시
구체적인 깨달음 내용과 관련

사실 요즘에는 산문에 들어서는 출가자들이 줄어들고, 매년 불교신자수도 사회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교적 현실을 많은 이들은 불교의 위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런데 역발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이러한 위기상황을 한국불교가 지혜롭게 재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요컨대 이제 불교도 승속을 떠나 안일하고 고답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불교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을 충실히 하면서도, 탈종교적인 시대에서 불교의 현대화와 사회적인 역할을 진지하게 모색해야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우선 필자는 교리적 측면에서 다소 비전문적으로 비춰질지라도, 그동안 불교사상을 연구해오면서 깊이 궁구해왔던 문제의식들을 주요한 교리이해에 반영할 생각이다. 또한 필자는 보다 쉬운 이해와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해석하려고 한다.

그런데 불교공부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비단 이는 전문적 수행자들이나 불교신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이유는 불교가 가지는 철학적·종교적 함의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불교 교리를 이해하는데 최우선적으로 화두처럼 붙들고 있어야할 주요한 문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

위 구절은 ‘맛지마니카야’에 기술된 것으로 붓다에 의해 불교의 다양한 교설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이전에, 불교의 요체를 가장 핵심적으로 제시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명제는 과연 붓다의 깨달음의 내용은 무엇일까? 라는 문제와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주지하듯이 붓다의 깨달음의 내용은 ‘연기법’ 혹은 ‘사성제’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하여간 위 문구를 이해할 때,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연기와 법이라는 두 용어이다. 우선 ‘연기(pratīya-saṃutpāda, 緣起)’란 ‘조건적으로 발생하는 현상 혹은 법칙’으로 이해된다. 대체로 연기법은 초기불교의 맥락에서는 상호의존성을 의미하는데, 마치 볏단이 서로 기대고 있는 것으로 비유되곤 한다. 한편 ‘법(dharma, 法)’이란 불교적 맥락에서 보면 ‘진리, 가르침, 현상, 요소’ 등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연 연기와 법은 어떠한 차원인가? 어떠한 의미로 이해하는 게 타당한가?

이러한 문제는 초기불교에서 부파불교를 거쳐 대승불교의 중관과 유식사상에 이르기까지 관통하고 있는 불교의 패러다임과 상통하는 문제로서 그 의미는 일의적이지 않다. 쉽게 표현하자면 깨달음의 차원은 언어를 초월한 혹은 일상적 경험세계를 초월한 초일상적 차원의 경험영역으로 이해된다. 결국 이러한 두 차원의 세계는 대승의 공(śūnya, 空)의 의미를 두 차원의 긴밀한 영역으로 체계화 한 용수의 이제설로 전개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붓다가 깨달은 초일상적인 체험영역이 불교라는 교설로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대두된 명제가 연기와 법의 관계라는 두 형태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초기불교적인 맥락에서는 연기와 법의 차원이 교설적으로 세속적인 의미인지, 아니면 승의나 출세간적인 의미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불교를 연구하거나 공부할 때, 이 두 명제가 가지는 함의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 관련 주제를 통해 심도 있게 설명하게 될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23호 / 2018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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