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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어록·경험으로 설명한 수행 길라잡이

  • 불서
  • 입력 2018.01.15 15:37
  • 수정 2018.01.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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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 : 달마와 혜능 그리고 선’ / 혜담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 : 달마와 혜능 그리고 선’
“남한강 물길 따라 많은 종류 나무가 자라고 있네/ 봄바람이 남녘에서 불어오니/ 매화나무에서 매화꽃이 목련나무에서 목련화가/ 정해진 순서처럼 차례로 피는구나.”

2011년 10월29일 ‘벽암록’ 제45칙 “삼라만상은 하나로 돌아가거니와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라는 어느 스님의 물음에, 조주 스님이 “내가 청주에 있을 때 한 벌 마포 두루마기를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고 답하는 대목에서 화두가 저절로 터득됐다. 그때의 황홀함에 지은 게송이다.

불광사 선덕이자, 검단산 각화사 주지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혜담 스님은 그 때 은사 광덕 스님이 보고 싶어 졌다. 은사 스님이 생존했을 때는 법에 관해 물을 것이 없었다. 은사 스님이 “마하반야바라밀에 관해 의심이 생기면 나에게 물어라. 특히 ‘반야심경 강의’에는 다른 스님이나 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기술해 두었으니 읽다가 의심이 생기면 물어라”고 했음에도, 공부하다 의심이 생기면 묻지 않고 조사어록을 비롯한 서적을 통해 해결했다. 하지만 그날은 그 황홀한 깨달음을 은사스님에게 점검 받고 싶었다.

혜담 스님은 “지금 저의 경지가 견성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날의 상태를 일을 ‘마친 범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 : 달마와 혜능 그리고 선’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일을 마친 범부가 된” 스님이 ‘반야’ ‘견성’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세세히 풀어 출·재가를 막론한 후배 수행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엮은 것이다.

혜담 스님은 삶의 회의를 씻어내고 확철대오하겠다는 원력으로 출가한 이후 선지식들의 길을 따르는 동안 결코 참선과 경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은사 광덕 스님의 지도로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수행’을 만났고, 반야사상의 체계를 연구하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학문적 시각에 매몰된 학승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귀국, 조사들의 어록에 의지해 화두참구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조사들의 화두가 자신의 화두가 되는 시간을 지나며 달마와 혜능의 선사상을 체득해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갈등이 밀려오는 순간도 있었고, 깨달음이 아닌 것을 깨달음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수행 중 뇌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적도 있었음에도 전법과 저술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 혜담 스님이 은사 광덕 스님과 달마·혜능 스님의 가르침을 빛 삼아 걸어온 50여년 수행의 길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것들을 엮어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에 옮겼다.

그렇게 출가 수행자로 50년을 살아온 스님은 고희에 이른 지금, “이제 조금 눈이 열린 것 같다”며 달마와 혜능의 가르침을 담은 이 책에 지난 온 수행이야기를 담담하게 녹여냈다. “번뇌가 다 한 것이 부처가 아니라, 번뇌가 본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부처”임을 직관한 수행자의 자기고백인 셈이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책의 1부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와 ‘경전과 조사어록에 나타난 깨달음’을 설명한 스님은 2부 ‘달마의 심(心)종교’에서 달마조사와의 만남, 달마조사의 전기, 본래로 돌아가기 위한 네 가지 실천, 안심이 벽관이다, 불교와 불법, 벽관과 오정심관,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 달마교단의 수행법 등을 통해 달마의 가르침을 전했다. 이어 3부에서 심종교의 계승자 혜능 조사, ‘법보단경’과 선불교, ‘법보단경’의 ‘반야품’을 설명하면서 견성(見性)이든 성불(成佛)이든 결국은 마음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일을 마친 보통사람이 견성도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는 스님은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독자들 스스로 “그 마음이 본디 없음”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이렇듯 선사의 할이 아니다. 묵묵히 수행을 이어온 수행자가 후학들의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조사어록을 정리해 설명한 수행 길라잡이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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