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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복감에 대한 성찰

기자명 강경구

역류성식도염은 공복의 행복감 몰라서 생긴 병

배고픔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에는 공복감과 공복통 구별하는 것을 살펴보자. 공복감을 즐기는 훈련을 하려면 우선 공복통과 공복감을 구별해야 한다.

공복감 즐기려면 공복통 구별해야
단식하며 몸 학대하면 통증 유발
공복감은 머리 맑고 호흡 편안해
자기 몸 연구는 행복해지는 훈련

아프다는 것, 즉 공복통은 통증으로 속이 쓰려서 배를 쥐어 잡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통증이라는 것은 1)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2) 배를 무심코 움켜잡게 되거나, 3)동동 바닥에 구르거나 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한 3가지가 아니면 통증이라고 보지 않아도 된다. 배를 쥐어 잡고 나뒹구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극심하면 피를 토하는 경우도 있다.

9세기 유럽 귀부인들이 스트레스로 복통 끝에 피를 토하는 일도 많았다. 요새는 단식 같은 것으로 수련을 하면서 몸을 학대하는 경우에 흔히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리산이나 속리산 등지에 산재하여 있는 수련원이나 단식원 등에서는 공복통에 이르기까지 훈련시킨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공복통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일종의 정신적 행복감인 듯 착각하면서 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식원 관계자들도 그러한 통증을 이겨내야 한다고 하면서 채찍질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관계자들은 가장 단가가 낮은 음식으로 가장 정신적 효과가 큰 수행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그렇지만 속셈은 가장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말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한 단식원 풍경을 접하면서 고대 노예농장에서 흔히 보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엄청난 넓이의 지역을 거의 한 끼니로 그냥 굶겨가면서 노역에 강제 동원하는 구조 말이다. 기다란 쇠밧줄을 휘날리는 농장주 몰골을 연상하면 되겠다. 정신적인 노예와 육체적인 노예가 무엇이 다른지 새삼 질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반면 공복감은 1)우선 더부룩하지 않으면서, 2)복부에 가스가 없어지고, 3)명치 밑에 덩어리 같은 기분이 없어지고 소화가 잘 되며, 4)문득 머리가 맑아지고 호흡이 편안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 중에서 특히 호흡이 편안해진다는 표현에 주의해 주기 바란다.

보통 포만감을 즐기다 보면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호흡이 불편하다는 점일 것이다. 실컷 먹고도 호흡이 편안했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포만감을 즐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포만감 자체가 그렇게 무지막지한 본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 터지도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복감이 주는 행복 중에 다른 하나는 신물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신물 올라온다’ ‘오목가슴이 아프다’ ‘명치끝이 아프다’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 선조들을 가장 괴롭히던 질환 중의 하나가 바로 역류성식도염이었던 듯하다.

19세기에 촬영된 우리 민속 사진들을 보면 조선인들 식사량이 엄청났던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서 열심히 찍어둔 것이 많이 남아 있는데, 당시 조선인들의 엄청난 식사량과 그에 따른 거대한 식기의 풍경이 전하고 있다. 보통 한 끼 식기의 크기가 지금 밥공기의 4~5배는 될 정도이다. 영양가가 부족하고 자주 식사할 기회가 없었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어둔다’인 것이다. 요새 고시촌이나 하숙촌의 식사철칙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역류성식도염을 이야기하자면 미국인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인들은 알다시피 커피와 콜라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닌다. 걸을 때에도 소파에 앉아 있을 때에도 이야기 나눌 때에도 영화 볼 때에도 사무일을 볼 때에도 항상 그러하다. 화장실 안에서만 손이 자유스러운데 그렇게 마시는 것에 집착하다보니 대량으로 마시고 그것이 다 소화되지 않고서 넘쳐나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들어간 음료수가 넘쳐날려면 다른 길목이 있나? 들어왔던 식도로 다시 솟구치는 수밖에 없다. 들어갔다가 나오고 다시 들어가고 나오고 소처럼 되새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공복감이 주는 행복감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공복감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과량의 음식이 들어가고 역류가 필연적이 되고 그에 따라 미국인들은 인구의 95%가 역류성식도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나? 우리들은 이제 조금씩 배고픔과 공복통을 구별하여 보자. 그리고 신물, 신트림을 느껴 보자. 그것이 안 나오도록 노력해 보자. 이 세 가지를 구별하는 작업이야말로 당신이 공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어떤 때 내가 공복통을 느끼는가? 언제 어떤 것을 먹으면 공복통이 오는가? 어떻게 하면 공복통을 낫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내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자기 몸에 대해 열심히 깊이 연구하여야 한다. 공복감이 주는 행복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기초적인 훈련이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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