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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단 동부총괄팀장 어윤식-상

기자명 어윤식

“관 속서 아미타불 부르며 세상 온 목적 깨달아”

 
수용자들의 눈물은 더 뜨거웠다.

교도소 교도관이자 전문포교사
늘 수용자 마음 편안하길 기원
‘금강경’ 읽고 면담…사경 권선

임사체험을 하면서 참회했다. 입관 전 유언장을 썼고, 수의를 입은 뒤 관에 들어갔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지극정성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했다. 관에서 수용자들이 나오면 탄생발원문을 읽어주고 두 발을 씻겼다. 한 번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나 역시 임사체험을 하면서 발원을 더 굳건하게 했다. 관 속에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며 이 세상 내가 온 목적은 중생제도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난, 현직 여주교도소 교도관이다. 그리고 조계종 전문포교사이다. 불자로서 부처님 법을 지키고 포교하겠다는 서원을 세웠고, 지키며 살고자 애써왔다.

늘 교도소에 있는 수용자들의 마음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편안해지기를 바랐다. 2000년부터 교무과 불교담당업무 소임을 맡아서 교정위원 스님들, 도반들과 함께 수용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불자 수용자들을 위해 교도소 운동장에 부처님을 모시고 점안식을 봉행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9월경 남사 교도소 운동장에 관세음보살 입상을, 여사 교도소 운동장에 지장보살 입상을, 사회복귀과 불교실(법당)에 석가모니불 좌상을 모시고 각각 점안식을 했다.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십시일반 돕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처님이 자리한 법당은 교도소에서 참회의 도량이 됐다. 불자 수용자들의 의지처였다. 부처님을 모신 뒤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한 번씩 불교기초교리반을 운영했다. 수료식과 수계식으로 불자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붓다아카데미’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참회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발우공양, 참선, 요가, 기초교리수업, 임사체험, 종이컵 연꽃 등 만들기, 사경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용자들의 마음에 숨겨진 불성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비록 죄를 지었지만 수용자들도 불성의 씨앗이 있는 존재다. 삿된 견해를 지우고 그들과 바른 인연을 맺고자 면담 전 항상 ‘금강경’을 읽는다. ‘금강경’은 지혜의 경전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빌려와 평정심을 찾고, 수용자를 만나면 바른 지혜로 잘 이끌 수 있도록 기원하며 경전을 읽는다. ‘금강경’을 읽고 면담에 들어가면 대화할 때 막힘이 없다. 불교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하려 노력한다. 기도도 남을 위해 하게 됐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덕이 쌓이고 덕을 쌓으면 결국 내게 다시 돌아온다고 굳게 믿는다.

수용자들과 만나면 중도를 떠올린다. 그리고 ‘금강경’ ‘법화경’ ‘지장경’ ‘천수경’ 사경을 권한다. 물론 같이 사경한다. 불서를 추천할 때는 먼저 책을 읽은 뒤 추천하고, 절차탁마하면서 서로의 간격을 좁혀 나갔다.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나눠지길 발원한다. 그리고 불자로서 내가 그 자비를 행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부처님 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자 했다. 그래서 2002년에 봉사회를 만들었다. 여주교도소 종교업무를 마치고 보안과로 보직변경을 받은 후부터 시작한 활동이었다. 교정시설에 각 종교의 성직자들이 와서 부처님의 말씀, 예수님의 말씀을 가르쳤다. 수용자들의 불안한 마음이 안정되자 수용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덕분이었다. 종교위원들이 교정교화한 덕분에 교도관들도 심적으로 편안한 근무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받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야간근무하고 비번 날 2~3 시간 정도 봉사를 했다. 짧은 봉사시간에 회원들이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그 아쉬움이 또 다음 봉사를 하게 만들었다. 자비행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야근자들끼리 모여 만든 소규모의 봉사회가 2006년 더 확대됐다. ‘여주교도소 사랑(나눔)봉사회’가 됐다. 

어윤식 인천경기지역단 동부총괄팀장 ounsig3024@hanmail.net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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