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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싯다르타와 야소다라의 동상이몽

기사승인 2018.01.16  12: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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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루산 흔들린 꿈은 싯다르타 출가 예견

   
▲ 창조 이전을 암시하는 힌두신 비슈누의 잠(인도 북동부 데오가르 사원). 싯다르타 꿈의 내용은 이 비슈누의 잠을 패러디한 것이다.

불경의 문학적 설정이겠으나 싯다르타와 그의 부인 야소다라는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났다. 이것은 불전문학의 단편들과 일맥상통하게도, 두 인물은 서로 약속을 주고받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등불 시대에 야소다라의 전생은 바드라였고 싯다르타는 수메다였다. 바드라는 자신이 갖고 있던 꽃을 수메다에게 넘겨주면서 내생에 자신과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바드라가 수메다의 덕성을 엿보았던 모양이었다. 그 약속으로 두 사람은 싯다르타와 야소다라로서 같은 날 태어날 뿐만 아니라 사촌지간으로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불전에 따르면 싯다르타 태자에게는 야소다라를 포함해 여러 명의 부인들이 등장하는데 때로는 이들이 같은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야소다라 꿈 긍정적 해석해 준
싯다르타 자기 꿈 전하고 출가
전생 선업 쌓은 수행자 출가 땐
독특한 5가지 꿈 꾼다고 설명


어쨌든 두 사람은 일시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야소다라와 싯다르타가 부부인연을 맺었다고는 하나 불전문학에서 그려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의 꿈의 모습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예컨대 두 사람의 운명에 공히 예정된 사건, 즉 싯다르타의 출가를 앞두고 야소다라와 싯다르타의 꿈자리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은밀히 집을 떠날 차비를 하던 그 날 밤, 고파(야소다라)는 불길한 꿈을 꾼다. 자신이 나체로 벗겨져있을 뿐만 아니라 두 손과 발은 모두 잘려진 상태였고, 메루산은 거세게 뒤흔들렸다. 자신이 끔찍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채 세계는 뒤집어질듯 요동치는 꿈을 꾼 것이다. 고파는 잠에서 깨어나 몸을 떨었다. 불길한 기분을 억제한 채 곧장 싯다르타에게 달려가 해몽을 부탁한다. 싯다르타는 부인의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으나 단지 이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부인을 안심시키고 만다. 고파의 이 꿈은 그녀의 후일을 암시한다. 고파는 싯다르타가 보내온 애마 칸타카를 껴안고 오랫동안 흐느껴 운다.

부인의 꿈을 해석한 다음, 싯다르타는 오히려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해주면서 은밀하게 자신의 출가를 암시한다. 그는 덧붙여 말하기를, 과거불이 모두 과거 삶 속에서 똑같은 꿈을 꾼 것과 같이, 무수한 전생의 선업을 쌓았던 수행자가 마침내 출가를 위해 집을 떠날 때는 매우 독특한 다섯 가지의 꿈을 꾼다고 설명한다.

그의 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 번째 꿈은 자신이 마치 거대한 인간처럼 사대양의 바닷물을 자신의 손과 발로 휘젓고 있었고, 삼계의 세계 전체가 모두 잘 꾸며진 침실로서 메루산을 베개 삼아 누워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꿈은 삼계에 광명이 두루 비쳐 어둠이 사라지는 꿈으로서, 땅에서 백솔개나 길상초가 솟구쳐 올라와 빛을 비추고 삼계에 고통이 사라지는 꿈이다. 세 번째 꿈은 네 가지의 검고 흰 동물이나 벌레들이 자신의 발을 핥거나 기어오르는 꿈이며, 네 번째 꿈은 네 가지 색깔의 새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그의 발밑에 내려앉은 다음 하나의 색깔(또는 흰색)로 변하는 꿈이다. 다섯 번째 꿈은 엄청난 똥 덩어리의 산 위를 올라가지만 하나도 더러워지지 않는 꿈이다.

싯다르타가 자신의 부인에게 설명한 것이 바로 불교전통 속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암시하는 다섯 가지 꿈이다. 이 꿈이 싯다르타와 고파의 대화 형태 속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꿈의 이야기는 ‘증일아함경’과 ‘설일체유부율’ ‘보요경’, 그리고 ‘대사’ 등에 그려지고 있는데 약간씩 달리 묘사되고 있다. 이 다섯 가지의 꿈 가운데 매우 특이한 인상을 주는 것은 메루산을 베개 삼아 세계 위에 누워 잠자는 이미지의 첫 번째 꿈인데, 이 꿈과 두 번째 꿈의 형상은 거의 확실히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신체를 가지고 메루산을 베개 삼아 삼세의 대지 위에 누워있는 모습은 세상을 창조한 고대 베다의 푸루샤의 모습이나 데오가르에 묘사된 비슈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싯다르타의 왼팔은 동쪽 바다에 들어가 물을 젓고 있으며 오른팔은 서쪽 바다 밑에 닿아있다. 그리고 그의 발은 남쪽바다 속에 있다. 이 꿈 속에서 싯다르타는 히말라야를 베고 누워 있는 거대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인도를 중심으로 한 세계 전체를 암시한다. 이것은 그가 세계 전체라는 것을 그리고 있다.

이 꿈의 이미지는 잠자는 세계의 주인으로서, 또는 창조주로서의 이미지가 불교적으로 각색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두 번째 꿈에서 나타나는 백솔개나 풀의 이미지도 동일하다. 백솔개나 길상초(쿠샤풀이나 티리야풀)가 싯다르타의 배꼽에서 솟구쳐 올라와 천상의 구름 속에 이르는 장면은, 잠들어 있는 비슈누의 배꼽에서 연꽃이 올라와 그 속에서 창조주 브라만 신이 태어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꿈의 이미지는 불교 내에서 완전히 다르게 해석된다. 첫 번째 꿈은 출가한 싯다르타가 완전한 정각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그는 정각을 이룬다. 꿈이 실현된 것이다. 싯다르타의 배꼽에서 백솔개나 길상초가 솟구치는 두 번째 꿈은 사성제와 팔정도를 세계 속에 선포하는 것으로 신과 인간을 포함한 삼계의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펴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 역시 필자의 것이 아니라 경전 속에 제시되어 있다.

세 번째를 비롯한 나머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꿈은 정각을 이루어 석가모니가 된 이후의 사정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깨달음을 펼친 다음 그의 가르침으로 많은 대중들이 그를 따르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 꿈에서 검고 흰 동물이나 벌레는 경전에 따라 머리가 검고 몸은 흰 동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흰 천을 두르고 삭발하지 않은 일반 재가인들을 직접 비유한 것이다. 네 번째 꿈도 유사한 형태로서 네 가지 색깔의 색은 카스트의 네 가지 신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흰색이나 한 가지 색으로 변한다는 것은 그 신분을 버리고 출가자로서 석가모니의 제자들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꿈도 마찬가지로 직유적인 표현인데, 더러운 사바세계에서 구법의 활동을 펼치게 되지만 욕망이나 번뇌 없이 중생을 구제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흥미롭게도 불교전통 속에서 이 꿈은 깨달음의 징표와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붓다고샤는 이 꿈에 대해서 논평하기를, “만일 보살이 이 꿈을 꾸게 된다면 곧 다음 날 그는 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따르면 석가모니는 이 꿈을 제타바나 숲 속에 거주할 때 보리수 밑에서 꾼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붓다의 일대기 중 중요한 국면들이 꿈을 통해 예언되는 것처럼, 이러한 전통은 후대 대승불교 문학 속에 전해지면서 보살의 구도행을 설명하고 촉발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남게 된다.

심재관 동국대 연구초빙 교수 phaidrus@empas.com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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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관 교수 phaidru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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