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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 조계사가 교회인가?

기사승인 2018.01.23  11: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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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있습니까? 보행자 안내판에 조계사가 십자가로 표시돼 있습니다.” 아침 일찍 신문사로 격앙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공공 안내판 약도에 조계사를 나타내는 그림표지가 교회표지로 돼있는 것을 보고 불쾌해 했다. 조계사가 사찰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고, 게다가 공무원이 사찰과 교회 마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표지판에 게재된 약도는 한국표준정보망(KSSN)에서 제공한 표준형 ‘공공안내 그림표지’를 사용해 만들어져 있었다. 서울 천주교 순례길이 빨간 하트로 표시돼 있어 경복궁이나 광화문보다 눈에 띄었다. 범례에도 사찰은 없었지만 순례길은 표시돼 있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 방한에 따라 서울시가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순례길이다. 반면 조계사는 1910년 건립된 각황사가 기원으로 1937년 현 위치로 옮겨왔다. 역사적으로도 순례길보다 훨씬 유서 깊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전통문화유산이다. 그렇기에 불자들이라면 안내 표지판을 만든 이의 종교관이나 편향의도를 충분히 의심해 볼만한 정황이었다.

공공기관의 종교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국토해양부 대중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와 교과부 교육지리정보서비스에서 사찰이 누락됐고 같은 해 서울시가 제공하는 어린이교육용 지도만들기 프로그램에서는 사찰 아이콘이 아예 없어 불교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기자가 종로구청 담당공무원에게 전화해 문제점을 지적하자 적지 않게 당황하며 즉시 시정할 것을 약속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표지판은 새롭게 건물이 들어선 종각역 주변 시설을 안내하기 위해 종로구청이 12월부터 광화문에서 신설동 방향으로 지금까지 50여개를 설치했다. 그는 검수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미처 잡아내지 못했고 4개 국어로 표시해야 했기에 외국어를 더 꼼꼼히 봤다고 이야기했다.

   
▲ 조장희 기자
담당공무원의 해명에서 드러나듯 표지판은 외국어가 포함돼 종로 관내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충분히 고려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해당 언어를 모르더라도 사람들이 보고 곧바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림표지’ 영역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국문화를 모르는 외국인이 보았을 때 사찰을 교회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정확한 안내를 제공해야할 공공기관의 업무처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구청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알고가’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공공기관 종교중립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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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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