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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담하고 치밀하게 도난당한 공주 의당면 금동관음보살입상

기자명 이숙희

국보 247호 도난은 박물관서 국보 털린 엽기적 사건

▲ 국보 제247호 금동보살입상. ‘고대불교조각대전’(국립중앙박물관, 2015).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 중이었던 국보 제247호인 금동보살입상은 다들 잠이 든 한밤중에 도난당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불상으로 유명하다. 2003년 5월15일 밤 10시25분경 문화재 전문절도범 2명이 국립공주박물관에 침입하였다. 전기 충격기와 흉기로 당직하고 있던 박모씨를 위협하여 청테이프로 양손을 결박하고 입을 막은 후 1층 전시실의 진열장 유리를 깨고 국보급 금동보살입상 1점을 꺼내어 달아난 것이다.
 
2003년 국립공주박물관에 침입한
복면괴한 2명이 금동보살입상 탈취
고려시대 도자기 3점도 함께 절도

판매 루트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망 좁혀지자 용인시 모처에 버려
11일 만에 무사귀환·범인 모두 검거
도난 도자기 3점 역시 18일 만에 회수

불상은 1974년 공주 절터서 발견한
7세기 백제시대 보살상 모습의 전형
동아시아 불교교류 파악 중요 자료

이와 함께 1986년 충청남도 보령에서 발견된 고려시대의 ‘청자상감포류문대접’과 ‘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기’, 그리고 공주 계룡면 하대리에서 출토된 조선시대의 ‘분청인화문접시’ 등 도자기 3점도 훔쳐갔다. 당시 박물관에는 당직자 1명과 청원경찰 2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전시실 안에는 적외선 시스템과 2층에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CCTV가 없는 1층의 유물을 훔쳐간 것으로 보아 범인들은 사전답사를 통하여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국보급 금동보살상을 훔쳤다는 사실로 본다면, 범인들은 전문적인 절도범이라기보다는 문화재를 처음 털어보는 초범일 것이다.
     
공주 의당면 금동보살상은 도난당한 후 곧바로 밤 10시44분경 공주경찰서에 신고되었다. 국립박물관에서 국보가 털린 엽기적인 사건에 전국에서 베테랑 경찰들이 긴급 수사본부로 모여 들었다. 범인은 30대 중반으로 170cm 정도의 키에 몸이 호리호리하고 경상도 말씨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범인 2명 중 복면을 하지 않은 1명의 몽타주를 작성하여 전국에 수배하였다. 그리고 도난 된 불상이 국외로 밀반출될 것을 염려하여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에 있는 전국 문화재감정관실과 공항경찰, 세관 등에도 비상령을 내렸다.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말해주는 ‘동아일보’(2003년 5월17일)의 기사가 전해지고 있다.

“박모 학예연구사는 당직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괴한 2명이 들이닥쳐 흉기로 위협하여 결박하였다고 말했다. 당시 박물관에는 당직실에서 20m 정도 떨어진 경비실에 청원경찰 2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괴한의 침입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범인들은 불과 15분 만에 문화재를 챙겨 달아났다. 경찰은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는 시중에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리 판로를 확보한 청부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또한 CCTV가 설치된 2층 전시실에는 침입하지 않은 점에서 범인들이 사전답사를 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보에 해당하는 불상을 또 도난당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나 범인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중 범인들은 국보급 불상을 판매할 루트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 인근 서울우유 대리점 출입문 쪽에 놓여 있던 빈 화분 안에 불상을 버려둔 채 도망가 버렸다. 이 불상은 도난당한지 11일 만에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되돌아왔으며 범인 또한 일망타진하였다. 경찰은 검거된 용의자 임모씨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공범 박모씨에게 “국보를 훼손하면 돌이킬 수 없다. 특정장소에 불상을 가져다 놓은 뒤 연락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알아내고 이 불상을 회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함께 도난당한 도자기 3점도 사건 18일 만에 회수하였다. 

▲ 국보 도난 관련해 기록한 당시 신문기사. ‘동아일보’ 2003년 5월17일자.

한편, 국보급 문화재 4점을 훔친 혐의로 구속된 3명의 문화재 전문절도범 중 임씨와 박씨는 청송교도소에서 알게 된 사이다. 박씨가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임씨에게 빌린 5000만원을 갚기 어렵게 되자 함께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모두 문화재와 관련된 전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5월18일 골동상인 A씨를 찾아가 국보 불상 등 공주박물관 강탈 문화재 4점을 내놓으며 처분을 부탁했다가 A씨의 제보로 24일 새벽에 검거된 것이다.

그러나 임씨는 “누군가에게서 받은 골동품을 A씨에게 처분하려 한 것은 사실이나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강탈한 문화재는 아니다”며 국보 도난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하였다. 또 그는 골동품을 자신에게 넘긴 인물과 박씨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차량인 녹색 마티즈 승용차 트렁크에서 범인들이 당시 입었던 검은색 옷과 사건 발생 후 박물관 부근에서 발견된 못 뽑기 연장과 동일한 것을 찾아내 증거물로 제시했다. 또한 범행 당일인 15일 이전에 수일간 공주박물관 부근에서 휴대전화를 집중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이들이 부산에서 배편을 이용하여 훔친 문화재를 밀반출하려고 했던 것까지 파악하였다.

공주박물관 소장의 금동보살입상은 1974년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송정리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7세기 백제 보살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조형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무릎을 살짝 구부린 신체의 곡선미와 지물을 쥐고 있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다. 날씬한 몸매와 양 어깨에서 내려오는 천의가 몸 앞에서 교차하는 형식은 고구려 불상의 특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미소를 띠고 있는 넓적한 얼굴이나 부드럽게 늘어진 천의자락, 큼직한 연잎으로 구성된 연화대좌 등에서는 중국 남조(南朝) 미술과 관련된 백제 특유의 온화함이 나타나 있다. 머리 위에 쓴 보관에는 가운데에 뚜렷하지는 않지만 화불(化佛)이 표현되었고 그 양쪽으로 머리카락이 길게 내려와 어깨 위를 덮고 있다. 오른손은 위로 들고 왼손은 아래로 내린 채 연봉우리와 정병(淨甁)을 쥐고 있는데 도상적 특징으로 보아 관음보살상으로 추정된다. 양쪽 어깨를 살짝 덮으면서 길게 내려온 천의는 허리 밑에서 교차되어 있다. 그 위로는 목걸이 중앙에서 한 줄로 내려온 영락장식이 둥근 꽃장식을 중심으로 다시 두 갈래로 나뉘어 몸 뒤쪽으로 돌아가면서 상의 뒷면에까지 표현되었다. 보살상의 앞, 뒷면에 X자 형태로 교차한 천의와 U자 형태로 길게 내려와 있는 천의자락은 백제계 보살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점이나 Y자 형태의 영락장식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형식은 중국 수대 보살상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요소이다. 이러한 백제 보살상은 일본의 7세기 하쿠호[白鳳]시대 불상에도 영향을 주었던 형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주 의당면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중국 남조, 백제, 일본 하쿠호 불상과의 관련성뿐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교류관계를 파악하는 데에도 중요한 불상이라 할 수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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