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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와 한반도 평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계기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사태를 둘러싼 극단적인 긴장이 일시적이나마 해소됐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조성의 발판으로 만들자는 명분에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수긍하고 있다. 특히 IOC는 북한선수들이 참가함으로써 그동안 우려됐던 안전보장문제가 말끔하게 해소되는 성과를 거두어 무척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북한의 참가 방식을 구체적으로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복잡한 문제들이 부상했다. 한반도기 사용, 예술공연단의 공연, 마식령스키장 훈련, 그리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국내에서는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논쟁을 야기했다. 그 가운데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정치적 목적과 스포츠 정신의 대립, 그리고 IOC와 참가국의 특별한 배려 등이 복잡하게 얽힌 핫 이슈가 됐다.

우리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북한에 제안했고 IOC는 최종적으로 남한 23명, 북한 12명 총 35명으로 단일팀을 구성하도록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오직 올림픽 출전의 영예를 위해 수년 간 흘린 어린 여자선수들의 땀방울을 남북한 대화라는 정치적 명분에 희생시켰다. 이미 국민여론과 언론에서 비판했듯이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 과정 없이 북한과의 대화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듯이 사안을 처리하여 국민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불교의 승가공동체는 화합을 승가운영의 최고이념으로 삼고 있으며, 화합은 붓다가 제정한 경과 율에 근거하여 내린 여법(如法)한 판단을 통해 실현된다고 본다. 여법하기 때문에 그 판단결과를 승가공동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 국내의 여론이 갈라지고 싸우는 것은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이 국민들 눈에 합당하지 못했다는 것, 불교의 용어를 빌리면 여법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여자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희생당하는 것이 합당하지 못한 방식, 다시 말해 여법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과 북이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전쟁일보 직전의 갈등상황을 해결하겠다는 더 큰 화합의 달성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지금까지는 소통은 많이 부족했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을 두고 국내 찬반세력이 갈등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어린 여자선수들의 희생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여법한 화합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여법한 화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천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답이 범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학교팀도 실업팀도 하나도 없는데, 서둘러 체계적인 선수 양성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지원의지가 확고하고 국민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 조만간에 가시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로 현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남과 북이 대화하고 그 대화를 국제사회로 확대하여 최종적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평화무드가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가 돼 버리면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분열로 치달을 것이며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현 정부가 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간절히 원하는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권의 명운을 걸고 올림픽 이후의 평화프로세스를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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