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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명상의 구조와 호흡

마음 제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호흡

일반적으로 초기불교의 명상이란 지관수행을 통한 인간의 완전한 행복, 즉 열반(nirvanā)을 성취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다. 여기서 ‘열반’이란 ‘번뇌의 불길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열반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의 상태(삼독심)가 완전히 극복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열반은 붓다와 그의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철저하게 전문적인 수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호흡은 심신 매개하는 역할
생사, 호흡지간에 달려있어
수식관이 불교수행의 핵심
호흡명상이 곧 깨어있는 삶

그런데 현대사회의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러한 열반을 지상목표로 하는 전문적인 수행이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비단 이는 재가자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수행자의 경우에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문명의 이기에 젖어서 살다보면 하루하루가 무상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바쁜 일상가운데 전문적으로 수행을 해나가기란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간단하지 않다.

만약 명상의 목적을 초기불교에서 제시하는 일방적 열반이 아닌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참된 행복이나 지혜로운 삶에 둔다면 명상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불교적 명상이란 우리의 일상을 더욱 지혜롭고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안목이나 혜안을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십이장경’의 기술을 소개하자면, 붓다가 제자들에게 질문하기를 ‘생사가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는데, 제자들 중 하나가 ‘생사는 호흡지간에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이는 명상의 목적이나 그 구조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초기불교에서 인간은 색(色, 육체 혹은 물질현상), 수(受, 느낌), 상(想, 지각), 행(行, 의지), 식(識, 분별)이라는 육체적‧심리적 현상의 유기적인 다섯 가지 모임(五蘊)이라고 설명된다. 이러한 오온의 현상은 나중에 무아설과 관련하여 더욱 자세히 소개할 것인데, 이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늘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연기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오온을 명상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먼저 육체적 현상을 나타내는 ‘색’이라는 몸은 항상 시간적‧공간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반면에 심리적 현상을 나타내는 ‘수‧상‧행‧식’이라는 마음은 시간적‧공간적으로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예컨대 몸은 현재 이 자리에서 육체적 존재로서의 제약이 뒤따르지만, 마음은 그 대상에 따라 심리적으로 유체이탈을 하듯이 시간적으로는 삼세를 떠돌고 공간적으로는 이곳저곳을 방황하게 된다.

한편 호흡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넘어 항상 시간적‧공간적으로 육체와 함께 하며 심신을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불교적 수행의 핵심적 요소가 수식관에 있는 점도 이것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 결국 명상이나 불교적 수행에서 육체를 떠나 이리저리 방황하는 마음을 제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여 심신을 조화시키거나 통일시키는 것이다.

이때 드러나는 심리적인 양상에 따라 마음이 고요해지거나 평온해지면 사마타적인 명상으로, 혹은 마음이 지극히 명료해지거나 또렷해지면 위빠사나적인 명상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흡을 매개로 마음을 안정되게 평온하게 유지하고 심리적인 다양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지혜를 계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 한 시도 쉬지 않고 대상을 쫓아 이리저리 널뛰듯이 방황한다는 점이다. 또한 마음은 하나의 느낌이나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특히 무의식적으로 ‘나’라는 자아의식이 발동하거나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 휘둘리는 경향을 드러낸다. 이러한 경우에 명상은 조건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현상을 바로 호흡을 통한 의식적인 노력으로 객관화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게 한다. 결국 호흡을 매개로 한 명상은 지관수행 공히 심신의 조화와 바로 여기 현재 이 순간에 깨어있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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