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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푸른 정원

기사승인 2018.02.12  18: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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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가는대로 그은 선 모여 자연 되다

   
▲ 김선형 昨 ‘푸른정원’, 122×122cm, 종이위에 혼합재료, 2016년.

청색이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이다. 김선형 작가는 유난히 푸른색을 전면에 내세운다. 모든 작품이 푸른색이다. 푸른색 안에서 농담과 번짐으로 붓의 힘과 청색을 녹인 물의 느낌이 함께 담는다. 한국미술에서 푸르름이란 무엇일까. 얼핏 떠오르는 것이 고려청자와 청화백자 같은 문화유산이다. 고려청자의 푸르름은 옥빛을 닮은 옅은 푸르름이다. 청화백자는 백자위에 푸른색의 안료로 그림을 그려 표현한 도자기다. 흰 백자의 유백색 바탕위에 과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진 푸른색은 드러나는 화려함이 아닌 은은하고 유려한 호사를 느끼게 한다. 청색의 안료는 매우 귀한 재료로 흔하게 아무 도자기에나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화가 아닌 달 항아리를 표현할 때도 희다 못해 푸르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실제로 보면 푸른빛이 느껴지기도 한다. 푸른색은 한국인의 미감을 잘 표현하는 귀한 색이다.

푸른색 안에서 농담과 번짐
달 밝은 밤 정원을 보는 듯
마음담는 과정 선종화 닮아


작가의 그림은 짙고 푸른, 수묵화의 호방함과 기운을 느끼게 한다.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유화의 두꺼운 질감과 물성의 무게감 보다는 종이에 스며드는, 그래서 종이와 물감이 하나되는 듯 한 느낌의 깊이감일 것이다. 달 밝은 밤의 정원을 연상해 본다. 자연은 오랫동안 작가들이 화두로 생각하는 대상이다. 마음의 위로와 그림의 소재를 찾는 것 역시 자연이다. 작가가 표현하는 자연의 풍경은 어떤 대상을 묘사했다기보다 마음속에 담긴 자연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풀, 꽃, 새, 나무는 특정한 그 무엇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사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자연의 현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속에서 매일 매일 일어나는 숲 속의 은밀한 일들을 그림에 담았다. 그것을 굳이 파헤치고 분석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표현하였다. 사물을 그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 마음 가는대로 한 획 한 획을 그어나가는 과정이 모여 자연이 되는 그림이다.

중국 송대 선종의 수묵을 이용한 문자화 경향은 당시의 선승은 물론 문인 사대부로 하여금 시와 그림이 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방법 혹은 행위로 인식됐다고 한다. 이를 위한 예술창작 활동은 결국 깨달음을 추구하는 방편이자 그 깨달음을 표출하는 방편으로 활용하였다. 문인 사대부가 동양회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류였던 것을 보면 선승과 문인들의 필묵유희와는 깊은 관계가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한 획 한 획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고 관객은 그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한국 수묵화의 기법이나 방법론 등 그 역사가 중국회화와 역사를 같이 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수묵 문인화의 모필을 통해 작가의 마음과 감정을 담아내는 행위와 과정은 끊임없는 자기수련의 과정을 추구하는 선종화와 닮아있다. 다작과 대작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수련해 나가는 작가의 작품은 응축되었다가 뻗어나가는 기운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그림 속에 숨은 그림처럼 등장하는 새나 작은 동물의 흔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을 작가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김선형 작가의 화두는 ‘푸른’ 이 아닐까. 이 ‘푸른’은 그의 모든 그림의 맥을 잇고 있다. 옅은에서 짙은까지의 푸르름이 마치 쪽빛으로 염색된 천의 농도처럼 그림 속에 들어가 있다. 그것은 먹빛과도 같다. 먹이 주는 천연의 건강함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자연에서 얻는 감상과 일상에서 얻는 힐링의 감정을 붓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한 것은 무심함이다. 아무 마음이 없는 것만큼 바라는 바가 있을까.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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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숙 curator@sejongp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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