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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수행 박수지-하

기자명 법보신문

▲ 46, 인향지
권유 받은 감사수행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결정 망설이다 수행 결심
1000일 정진에 동참 중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타인 이해하는 계기 돼

하루의 생활 속에 감사할 일과 참회할 일 그리고 선행을 정리해서 기록하는 일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사소한 선행을 글로 옮기고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왠지 유치하게 느껴졌다. 선뜻 마음 내지 못하고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한 이유였다.

내가 내릴 결정에 확신이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신청을 하고 감사수행을 시작했다. 역시 꽤나 어려웠다. 처음엔 3가지의 감사를 찾는 일이 여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행은 도반이 큰 힘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다른 도반들이 적은 글을 보며 ‘저런 것도 감사할 일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도반들의 글을 보면서 배웠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일들 가운데 마치 보물처럼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도반들이 아니었다면 감사수행을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게는 감사함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혹자는 간단히 몇 줄 적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기도 하다. 어느 날은 감사할 거리도 없는 것 같고, 선행을 한 것도 없는 듯해 한참을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때로는 감사를 적으면서 다시 한 번 그때 일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돌아보면 새록새록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적어 놓은 감사수행을 읽어보면서 반복되는 참회 내용에는 나 자신의 모자람을 돌아보게 되는 날도 있다.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일이라도 무언가를 매일 이어가는 꾸준함은 결코 쉽게 되는 것이 아님을 기도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몇 차례의 감사수행을 회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예행연습이었다. 홍법사에서 본격적으로 1000일 감사수행에 입재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1000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에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예행연습 과정에서 느낀 감사 수행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은 우려는 접기로 했다. 불안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생각을 바꿨다. 우려는 ‘일단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스스로를 향한 믿음으로 바꾸고 1000일 감사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300일을 넘어서고 있다.

감사수행은 나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불자, 자모와 노보살까지 자신의 기쁨과 걱정, 고민들을 한 공간에서 털어놓은 밴드 내용을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미소 짓기도 한다.

감사수행을 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이 지금은 이 수행에 함께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여러 차례 시도는 했지만 바쁜 생활 속에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다. 딸은 결국 이 수행을 쉬기로 했다. 감사수행을 통해 속내도 알 수 있고 공감대 형성이 잘 되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딸아이가 감사수행을 적지는 않더라도 밴드에 올라오는 다른 친구들의 글들을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다른 도반들의 진솔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통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자극이 되리라 확신한다.

강요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느끼고 마음을 내어 어머니의 뒤를 따랐던 것처럼, 언젠가는 딸 또한 나의 수행을 보고 느끼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희와 우려와 번민 등 다양한 감정을 겪는 삶 속에서 차분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 힘든 상황도 곧바로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주는 기도를 알게 된 것이 무척 감사하다.
시작은 있지만 끝은 기약할 수 없는 그런 것이 수행일까. 어머니가 그러하셨듯이 나 역시 기도와 함께 하는 삶을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이어가기를 발원한다.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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