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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독감백신 맞아야 하나?

기자명 강경구

인류의 성과물 ‘백신’ 마음 편히 이용하세요

다들 독감 백신을 맞고 있는데 개성이 강한 몇몇 분들이 문제다. ‘나는 한 번도 맞지 않고 잘 지낸다’ ‘한국 백신을 믿을 수 있느냐’ ‘내 건강은 내가 책임진다’ 등등의 독특한 논리를 앞세워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지 한번 생각해 보자.

독특한 논리로 백신 접종 거부
한국 백신 믿을 수 없다는 주장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핑계일 뿐
건강문제 자연과학 도움 받아야

우선 ‘나는 한 번도 안 맞았기에 안 맞겠다’는 논리는 괴상하기 짝이 없다. 대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춘향 격으로 급조한 변명으로 판단된다. 백신은 돌발 상황,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대책을 만든 것이다. 대비책을 앞에 놓고서 ‘나는 그런 상황에 당해본 일이 없기 때문에 대비하지 않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비책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런 분들은 대비책이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변하거나 대비책 자체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슴에 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다른 방책을 강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면 상당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자기 몸에 대해 부정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건강을 책임진다. 나는 그런 이상한 주사는 맞기 싫다’는 생각엔 더 이상 논리적 설득이 어려워 보인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그 정도로 전지전능하단 말일까? 인생에서는 의사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 수없이 연출될 수 있고 그중에도 어려운 것이 건강 문제다. 그것을 스스로 책임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정신 상태가 의학적 감정대상으로 보인다.

그런 태도에 비해 ‘한국 백신은 믿을 수 없다’는 자세는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백신을 제조한지는 불과 5년 여 남짓밖에 되지 않아 아직 믿기에 불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앞으로의 과제로 넘기더라도 그것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논리적 설명이 되기는 궁색해 보인다. 백보를 양보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의사에게 외국제 백신을 달라고 해 고품질의 주사를 맞으면 될 일이다. 고집을 피우는 사람 중에는 놀랍게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등 이른바 문화병, 성인병으로 치료받는 분들이 많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은 실제로 아무런 통증이 없어 ‘억울하게 약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이 독감이나 폐렴, 메르스 등의 호흡기 질환에 대해 걸리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은 이제는 국민적인 상식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저항력이 약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을 부정하거나 자신감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다. 자기 최면이나 암시 등의 방법은 사회학적 현상을 해결할 때나 다른 사람들을 자기 의중대로 끌고 갈 때에는 유효한 방법이 되지만 신체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천 년 동안 종교가, 주술사들이 수도 없이 그러한 최면과 자기 마취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건강문제만은, 즉 신체 문제만은 그런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자연과학적인 방법만이 약간이나마 진척을 이루어낸 것이다. 자신의 몸에 최면을 걸 때 가장 위험한 점은 항상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 신체는 긍정적인 쪽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장황하게 백신을 주저하시는 분들과 철학적, 논리적으로 토론을 해 보았다. 엄청난 인력과 정보, 자본, 행정지원, 합동연구로 만들어낸 인류 최상의 성과물 중의 하나인 백신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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