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고독과 외로움의 정서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코끝을 스치는 아릿한 칼바람도 겨울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하는 매개다. 이렇듯 모든 것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길고 긴 시간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생명에게 고독과 외로움의 겨울은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다.
검은색, 회색, 혹은 어두운 청색계열의 모노톤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나무와 까마귀를 화폭에 담아온 김갑진 작가가 미술세계 초대로 ‘나무와 까마귀의 변주’ 전시회를 갖는다. 2월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미술세계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는 ‘선요-적’을 비롯해 김 작가의 작품 20여점이 선보인다.
김갑진 작가는 독학으로 30년 외길 화업을 이어왔다. 전남 순천에서 주경야독하듯 간절히 그림을 그리던 작가는 1999년 ‘미술세계대상전’에서 ‘까마귀’로 입선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나무와 까마귀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은색, 회색, 혹은 어두운 청색계열의 모노톤을 배경으로 외로이 서있는 나무, 그리고 무채색의 모노톤을 가로지르는 까마귀의 검은 형상은 어지러운 세상을 닮았다.
그러나 김 작가는 나무와 까마귀를 고독과 등치시키지 않는다. 뿌리는 땅에 있으되 가지는 하늘로 향하는 나무, 땅을 박차고 하늘로 향하는 까마귀는 어둠 속에 침잠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운 것임을, 삶은 계속돼야 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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