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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글씨 3점 보물 된다

문화재청, ‘침계’ 등 3점 지정 예고…높은 완성도 가치 커

19세기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서화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글씨 3점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2월20일 ‘김정희 필 대팽고회’ ‘김정희 필 차호호공’ ‘김정희 필 침계’ 등 3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한 3점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두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 문인이자 정치가로 활동한 추사 김정희는 금석문(金石文)의 서예적 가치를 재평가한 추사체를 창안해 한국 서예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 2월20일 보물 지정 예고 된 ‘김정희 필 대팽고회(金正喜 筆 大烹高會)’. 문화재청 제공.
이번에 보물 지정 예고된 ‘김정희 필 대팽고회(金正喜 筆 大烹高會)’은 그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철종 7년)에 쓴 만년작으로 두 폭으로 구성된 예서(隸書, 중국 한나라 때부터 쓰인 옛 서체) 대련(對鍊, 두 폭의 축으로 된 작품)이다.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吳宗潛)의 시 ‘추가연(中秋家宴)’에서 유래한 것으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라는 글귀를 옮긴 것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장 이상적인 경지라는 내용에 걸맞게 꾸밈이 없는 소박한 필치로 붓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노(老) 서예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응축된 김정희의 만년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 2월20일 보물 지정 예고 된 ‘김정희 필 차호호공(金正喜 筆 且呼好共)’. 문화재청 제공.
‘김정희 필 차호호공(金正喜 筆 且呼好共)’은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且呼明月成三友, 好共梅花住一山)”라는 문장을 예서로 쓴 대련 형식이다. 두 번째 폭에는 ‘촉(蜀)의 예서 필법으로 쓰다(作蜀隸法)’라는 글귀를 넣어 중국 촉나라 시대의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응용했음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촉나라 예서는 단정하고 예스러운 필치가 특징이다. 이 작품은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희의 학문이 예술과 결합한 양상을잘 보여주는 사례다. 필획 사이의 간격이 넉넉하고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며 빠른 붓질로 속도감 있는 효과를 내는 등 운필의 멋을 최대한 살려 김정희 서예의 수작으로 꼽힌다.
 
▲ 2월20일 보물 지정 예고 된 '김정희 필 침계(金正喜 筆 梣溪)'. 문화재청 제공.
마지막으로 ‘김정희 필 침계(金正喜 筆 梣溪)’는 화면 오른쪽으로 치우쳐 예서로 ‘침계’ 두 글자를 쓰고, 왼쪽에는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로 8행에 걸쳐 발문을 썼으며, 두 과의 인장을 찍어 격식을 갖추었다. 침계(梣溪)는 김정희와 교유한 윤정현(尹定鉉, 1793~1874)의 호(號)다.
 
발문에 의하면 윤정현이 김정희한테 자신의 호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한나라 예서에 ‘침(梣)’자가 없기 때문에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楷書, 예서에서 발달한 서체로 일점일획을 정확히 독립시켜 쓴 서체)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주었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수십 년을 고민한 김정희의 작가적 태도와 이러한 김정희를 기다려 준 윤정현의 인내와 우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해서와 예서의 필법을 혼합해서 쓴 ‘침계’는 김정희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구성과 필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김정희의 학문‧예술‧인품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된 글씨 3점은 추사 김정희의 학문적‧예술적 관심과 재능이 구현된 작품”이라며 “이 작품들이 앞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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