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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덕망·지혜 구족한 선지식 선출돼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8.02.26 14:16
  • 댓글 6

한국 대표 총림인 송광사와 통도사 방장 선출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정신적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신중의 신중을 기하다 보니 길어지는 것이겠지만, 문중 내 스님들 간의 이해득실이 맞물려 속 시원히 추천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방장 선출 지연의 근본 원인이 전자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후자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주지하다시피 총림이란 선원과 강원 그리고 율원을 모두 갖춘 사찰을 이른다. 일반 사찰에 비해 사격이 수승해야 지정이 가능하다. 총림의 지도자는 방장이며 수좌, 유나, 선원장, 염불원장을 위촉할 수 있고, 주지와 율주, 강주를 추천할 수 있다. 방장이 추천·위촉한 사안에 대해 총무원, 승가대학운영위원회 등의 관계 기관이 반려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장의 권한을 그만큼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3개 교육기관 구비와 방장의 권한만으로는 총림에 함축된 의미와 방장의 상징성을 올곧이 설명할 수 없다.

인도에서 싹튼 총림이라는 개념이 승가 공동체 생활에 적용되며 뿌리 내린 건 중국 선종에서다. 총림의 규율인 청규가 성립된 것도 중국이다. 불교의 중요 용어들을 설명한 ‘대승의장(大乘義章)’에서는 ‘지혜, 신통, 사무량 등의 공덕이 모여 있으므로 총림이라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력과 공덕이 충만한 도량이 총림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총림의 지도자를 방장(方丈)이란 한 연유도 깊다. 방장을 글자 그대로 요약하면 사방으로 1장 즉 약 3㎡ 되는 넓이의 방이다. 그러나 3제곱미터에 해당하는 공간에만 방장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니다. ‘유마경’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 생존 시에 유마거사가 병이 난 적이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문병 왔는데 그 수가 무려 3만 2000명이나 되었다. 이 때 유마거사는 자신이 거처하던 방에 이들을 모두 앉혀놓고 법을 설했다. 사방 1장의 공간에 3만 2000명을 모아놓고 법을 설할 수 있었던 ‘법력’ 즉, 덕과 지혜를 두루 갖춘 고승이라는 상징성이 방장에 투영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총림의 사부대중이 방장을 선출하는데 우선시해야 할 건 이해득실이 아닌 덕망과 지혜구족 여부다. 그리고 화합 승가를 이끌 수 있는 힘을 품은 스님이다.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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