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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웻산타라자타카 ⑩ 웻산타라의 700대보시

▲ 라오스 르앙프라방 왓메이 사원의 황금 웻산타라 자타카(Vessantarajātaka).

왕비 푸사티(Phusatī)는 국가를 먼저 살필 수밖에 없다는 쉬위왕의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 왕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절망했다. ‘이제 나는 새끼들이 죽어서 텅 빈 둥지에 돌아온 새와 같구나. 그들이 없는 공허함을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구나! 내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는 보지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나의 죄 없는 아들이 추방된다면 나의 삶은 끝나 버릴 것이다.’ 왕비가 한탄하는 동안에 웻산타라 태자가 700대보시를 하는 날이 밝았다.

추방 앞서 보시행한 태자
“숲에서 수행자로 살겠다”
왕·왕비, 태자비 동행 만류
태자비 “태자와 동행”고집

천신들이 인도 전역에 웻산타라 태자의 대보시를 알렸고, 군중들이 제툿타라(Jetuttara)로 모여들었다. 해가 뜨자마자 웻산타라 태자와 그 가족들은 정성들여 준비한 대보시를 시작했다. 웻산타라 태자의 가족은 준비한 700대보시 이외에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준비해서 보시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받았고 만족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음식을 주었고, 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술도 주었다. 수많은 군중들 속에서 웻산타라 가족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보시를 이어갔다. 사람들은 시위 왕국에서 웻산타라 태자가 사라지는 것은 거대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잘려 나가는 것과 같다며 아쉬워했다.

웻산타라의 700대보시는 라오스 르앙프라방(Louang Prabang) 왓마이(Wat Mai) 사원의 황금빛 벽화에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이 사원의 한쪽 벽면 전체가 황금빛 웻산타라 자타카로 장식되어 있는데 현존하는 웻산타라 자타카 중에서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웻산타라 자타카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700대보시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함께 모여 먹고 즐기는 동남 아시아적 요소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보시를 마친 웻산타라 태자 가족은 왕과 왕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다. 웻산타라 태자는 자신의 보시행이 제툿타라의 시민들을 실망시켰으므로 왕국을 떠나 왕카(Vanka) 산에서 수행자로 살아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왕과 왕비는 무거운 마음으로 웻산타라의 떠나감을 허락했고, 그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리고 푸사티 왕비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태자여, 태자비 맛디(Maddī)와 아이들은 이곳에 두고 떠나도록 해라. 그녀는 숲속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왜 그녀가 너와 함께 가야만 한단 말인가.”

그러자 태자가 답했다. “어머니, 저는 하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와도 함께 가지 않을 것입니다. 맛디가 원한다면 그녀는 저와 함께 갈 것이고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남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이 태자비에게 말했다. “태자비여,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세요. 숲의 거친 풀로 만든 옷은 태자비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태자비는 바라니시의 실크로 만든 옷을 입어야 합니다. 태자비는 고귀하고 섬세하게 살아 왔습니다. 숲속생활은 당신에게 너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태자비는 단호하게 답했다. “웻산타라 태자가 없다면 저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왕이 야생동물과 모기 및 파리들로 가득한 숲에서 생활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맛디에게 설명했지만 맛디는 변하지 않았다. “왕이시여, 저는 스스로 그 모든 어려움을 감당하겠습니다. 저는 숲으로 갈 것을 결심했습니다. 저는 숲에서 생활하는 것에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인은 남편을 사랑하며 해야 할 일을 해야 합니다. 태자는 저의 기쁨이자 저의 삶 그 자체입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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