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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몽유-그리운 날

기사승인 2018.03.20  1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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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인물화, 역사 관통해 공감대 형성

   
▲ 이동연 作 ‘몽유-그리운 날’, 72.7×60.6cm, 비단에 채색, 2015년.

최근에는 해외의 유명 작가나 디자이너의 전시도 많고, 박물관의 유물 전시도 마음만 먹으면 흔하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자극도 받고,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각예술에 있어 우리에게 서양미술의 유입이 100년 남짓하고 화가가 직업으로 인정받은 역사 또한 길지 않다.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작품으로서 타인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역사 또한 길지 않다. 역사적으로 근대화되면서 요즘 우리가 감상하는 그림과 작품과의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작가의 생각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끊임없이 나와의 공감대를 찾고 공감대가 많이 느껴지는 작품을 보면서 힐링을 느끼곤 한다.

깜찍하고 발랄한 젊은여성
한국화 기법으로 정교하게
신윤복 미인도 현대화하다


이동연 작가는 한국화의 채색화 기법으로 인물을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한국화에서 채색 기법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분 벽화에 나타난 채색의 흔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깝게는 조선시대 민화그림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전통채색화 기법의 우수함은 고려 불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단이나 종이 위에 표현된 채색 기법은 현대에 와서도 한국화 작가들의 연구대상이다. 이 작가의 인물화 기법은 전통 채색화 중에서도 불화의 정교함과 정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비단을 깨끗이 정재하고 아교와 백반으로 여러 번 밑 처리를 하여 화면을 만드는 일이 선행된다. 깨끗한 화면은 그 자체로 정갈함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하다.

인물의 밑그림을 비단 아래쪽에 비치게 하여 위에서, 혹은 뒤에서 채색을 입혀나가는 기법이다. 비단이라는 화면 위에 가루로 된 안료를 입혀나가기 때문에 아교와 물의 농도가 그만큼 중요하다. 농도가 너무 짙으면 안료가 당겨져서 물감이 떨어져 나가거나 오래 색감을 유지할 수 없고 너무 옅으면 안료가 화면에 붙지 않는다. 고려 불화가 오랫동안 색감을 유지하는 것은 숙련된 화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기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작가는 사물을 잘 묘사해 내는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잘 그리는 재능은 작가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다. 재능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일은 더욱더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인물화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선호되는 장르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물을 집에 걸어놓기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전통회화에서도 인물화는 왕실의 기록물로 혹은 명문 사대가의 기록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장르를 현대화시키고, 현대의 젊은 여성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 대중의 인기를 끌어낸 역할을 한 이가 이동연 작가다. 깜찍 발랄하게 동시대의 인물을 그림에 등장시켜 신윤복의 ‘미인도’를 현대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몽유’ 시리즈는 ‘꿈속에서 노닐다’라는 의미로 조선시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연상시킨다. 꿈속의 여성은 현대 동시대의 여성이지만 마치 조선시대 신윤복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처럼 소나무 위에 걸터앉아 나무를 그리고 있다. 그림이 실재의 나무가 되는 상상을 다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그림 속에 등장시켜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물은 채색기법으로 하고, 꿈속의 나무는 먹으로 담백하게 표현해 대비되기도 하고 좀 더 몽환적이기도 하다. 빈틈없이 똑 떨어지는 미모의 인물 표현은 음영법으로 처리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자칫 화려한 의상과 얼굴의 표현으로 장식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그림에 멋진 소나무는 작가의 복잡한 심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려는 듯하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32/ 20183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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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숙 curator@sejongp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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