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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셰랍상모-상

티베트 여성불자 위한 명상 교육법 창설한 비구니

▲ 명상을 하며 임종을 기다리는 셰랍상모.

티베트 동부에 있는 낭첸(Nangchen) 고산지대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하지만 이 작은 오지 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이곳 낭첸에 티베트의 가장 크고 명성 높은 비구니사원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겝착(Gebchak)사원’이라고 불리는 이 사원에는 700여명의 비구니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불자들에게는 명상 센터로도 유명하다.

세상 떠나기 직전까지 명상
겝착 사원 최장기간 머물며
비구니에 조화로운 삶 강조

불교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똑같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수행에 전념한다. 하지만 종종 여성들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겝착사원은 일반 여성들도 원한다면 부처님에 귀의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터전이 됐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티베트 불교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안니라마 셰랍상모(Ani Lama Sherab Zangmo)는 낭첸 마을 겝착사원 비구니로 그곳에서 주로 명상 교육을 담당했다. 그는 훌륭한 교육 방식과 높은 덕망으로 티베트 전역에서 널리 알려진 비구니다. 16세 때 가족을 떠나 사원으로 들어온 그는 세상을 떠나던 순간까지 70여년간 명상을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나갔다. 2008년 가을, 그는 8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셰랍상모는 300년 역사를 지닌 겝착 사원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며 불교 교육을 위해 힘쓴 인물로 기록됐다. 그는 여성 불자를 위한 특별한 불교 교육법을 창설했다. 이 교육법은 많은 젊은 티베트 여성들이 제대로 된 명상을 배우고 바르게 부처님 말씀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데 공헌했다.

셰랍상모는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명상과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병에서 회복된 후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으로 여성 불자들을 이끌어갔다. 그는 명상을 교육하며 잠괸 꽁툴 로도 타예(Jamgon kongtrul Lodro Thaye)가 작곡한 ‘스승님의 가피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Calling to the Lama from Afar)’라는 노래를 종종 부르곤 했다. 이 노래는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는 여러 단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단계를 밟아 가는 불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복과 용기를 주는 노래다. 19세기 티베트 불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셰랍상모의 마지막을 함께한 이들은 “그가 세상을 떠날 무렵, 그의 얼굴 안색이 매일 환하게 밝아졌다”며 “그의 얼굴과 몸은 오히려 젊은이로 되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그를 그리워한다.

셰랍상모는 겝착사원에서 수행하는 비구니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따른다면 극락정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티베트 비구니들에게 서로 평화롭게, 그리고 조화롭게 살아갈 것을 가르쳤다.

그가 자신 앞에 나타난 부처님을 보면서 숨을 거두던 순간 티베트 고산 마을의 하늘은 유달리 맑고 화창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고 느끼자 툭담(Tukdam) 명상을 하면서 죽음을 준비했다. 그리고 툭담 명상 6일째 날, 생을 마감했다. ‘툭담’이란 티베트어로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쉽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명상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49일째 되던 날에도 떠난 날처럼 티베트 고원 지대에서 흔치 않은 따스한 햇볕이 쏟아졌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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