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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회, 종정·총무원장 당부에도 ‘멸빈자 사면’ 부결

  • 교계
  • 입력 2018.03.20 13:24
  • 수정 2018.03.20 17:09
  • 댓글 8

종회, 종헌개정안 처리 무산
표결결과 찬성 35·반대 44표
종회, ‘사면 반대’ 속내 드러내
멸빈자사면 사실상 불가능해져
찬성보다 반대 많아 집행부 타격
총무원 집행부 책임론 커질 듯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에도, 총무원장스님의 간곡한 호소에도 멸빈자 사면을 골자로 하는 종헌개정안이 중앙종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2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제210차 임시회를 열어 종헌개정을 추진했지만 중앙종회의원 다수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날 중앙종회는 멸빈자 사면 종헌개정안에 대해 재적의원 80명(종민 스님 사퇴로 1석 결원) 중 79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35표, 반대 44표로 부결시켰다.

종헌개정안 처리여부는 210차 임시중앙종회에 앞서 종단 안팎의 최대 관심사였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지난 1월 “종단의 대화합을 위해 대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멸빈자 사면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종정 진제 스님도 지난 3월12일 멸빈자 사면과 관련해 세 번째 교시를 내리고 “종헌개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교구본사주지회의도 지난 3월6일 회의를 열어 “종단 대화합 위한 징계자 사면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앙종회 각 종책모임도 임시회에 앞서 개별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종헌개정안을 가결시키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니중앙종회의원들도 종헌개정안 가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때문에 종헌개정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이날 중앙종회에 참석해 “종헌개정은 우리종단의 아픈 과거사를 정리하고 종단 대화합을 통해 종도와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라며 마지막까지 당부하면서 멸빈자 사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중앙종회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종헌개정안에 대한 표결결과 찬성보다 반대표가 월등히 앞섰다. 결국 중앙종회의원들은 ‘멸빈자 사면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속내였음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멸빈자 사면에 찬성하는 듯하면서도 막상 표결에서는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는 채 반대표를 던지는 중앙종회의원들의 이중성이 또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중앙종회의원에 대한 자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종헌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총무원 집행부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멸빈자 사면은 35대 총무원 집행부가 출범과 동시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전국 권역별 교구본사주지들과 만나 협조를 구하고, 중앙종회의장단과 종회의원들을 만나는 등 멸빈자 사면에 ‘올인’하다시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막상 중앙종회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는 것은 총무원 집행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35대 총무원 집행부에 책임론도 커질 전망이다.

 
종헌개정안이 부결된 직후 한 종회의원은 “멸빈자 사면을 위한 종헌개정안은 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당선과 함께 역점을 두고 추진한 첫 사업이었음에도 부결돼 걱정스럽다”면서 “총무원 집행부가 중앙종회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미숙했고,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임시회에서 종헌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당분간 멸빈자 사면논의는 어렵게 됐다. 16대 중앙종회가 오는 10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6월에도 임시회를 소집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기간은 하안거 결제기간이라는 점에서 종헌개정을 위한 정족수를 채우는 것도 불투명하다. 임시회가 소집된다고 해도 멸빈자 사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종헌개정안을 재차 발의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마지막 삶을 조계종에서 회향하고 싶다’는 멸빈 징계자들의 바람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멸빈자의 아픈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지막 시험대가 됐던 이번 임시회에 아쉬움이 커지는 이유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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