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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이명희-상

기자명 법보신문

▲ 51, 선견화
참 귀한 인연이다.

신증후군 앓던 막내 간호
삼천배 시절인연 빗겨가
조계사서 100일 기도 중
2009년 백련암과 첫 인연

2009년 해인총림 해인사의 성철 스님 사리탑 기도가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해인사 백련암과의 인연이 움텄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 먼 곳까지 혼자 가게 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알 수 없는 어떤 인연이 나를 끌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늦둥이로 낳은 막내가 아팠다. 두 돌 지났을 무렵 아이에게는 신증후군이란 병마가 찾아왔다. 서울대병원에서 두 달 동안 생사를 넘나들었다. 지켜보는 부모에게도 병상에 누워있는 아이에게도 참 힘든 투병의 시간을 보냈다. 간신히 퇴원은 했지만 일주일이 멀다하고 병원을 다니며 소변 검사, 피 검사를 해야 했다. 그 어린 아이는 매일 스테로이드, 항암제, 혈압 약을 복용해야 했다. 그러다가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병이 재발되는 바람에 약을 추가적으로 복용해야 했다. 시리고 아픈 시간의 긴 터널 끝이 없는 것 같았다. 투병이 일상이었다.

‘내 배 아파 낳았는데…, 엄마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해….’ 엄마가 되어 아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병을 어떻게 해결해 줄 방도가 없었다. 좌절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간절히 한마음으로 기도 하는 것뿐이었다. 오직 그뿐이었다.

그러던 중 2009년 6월, 삼천배를 하러 해인사 백련암으로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비라 카페에서 여러 회원들의 글을 읽으며 ‘나도 가야지,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달력에 발원을 적어 놓고 남편 앞에서 시위 아닌 시위를 했다. 남편의 처음 반응은 “그 멀리까지 가서 기운 빠져. 삼천배는 못해”였다. 단지 “지금 다니는 절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남편에게 계속 아비라 카페에 올라온 좋은 글들을 보여줬다. 마침 우리 가족은 사리암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 후 다시 100일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를 시작할 당시 처음에는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 바닥에 박스를 깔았다. 그 위에 집에서 가져온 좌복을 놓은 뒤 절을 하며 기도를 했다. 열흘 정도 하니 사무실 밖의 산만함이 신경 쓰였다. 아예 서울 조계사에 들러 기도를 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 다음 날부터 아침 일찍 조계사로 향했다. 낮에 잠깐 들릴 때와는 달리 도량의 아침 분위기는 상쾌했다. 매일 아침, 기도를 하고 나올 때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좋은 기분을 느꼈다. 씩씩한 발걸음으로 또 바쁘게 회사로 향하면 힘든 하루도 거뜬하게 보낼 수 있었다.

100일 기도를 시작한 지 한 달 뒤였다. 기도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남편은 “가고 싶으면 다녀오라”는 긍정의 답을 전했다. 삼천배 기도를 남편도 허락한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허락이 떨어진 직후 혼자서 당장 삼천배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비라 카페의 공지를 기다렸다. 9월에는 바쁜 회사 일정상 주말 이틀이라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결국 9월의 삼천배 일정은 포기했다. 한 달을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인내가 필요한 지 새삼 느꼈다. 10월에 있을 삼천배 공지를 손꼽아 기다렸다.

일정이 공개되자마자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도반들과 약속하며 그날이 올 때까지 얼마나 간절하고 간절하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 기간 동안 매일 조계사를 찾아 삼백배를 이어가는 기도는 변함이 없었다. 나름 삼천배를 향한 자기단련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설렘으로 충만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조계사에 들러 인생 첫 번째 삼천배 원만회향을 발원했다. 조계사를 나서서 곧장 서울역으로 갔다. 혼자서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 다시 백련암으로 향했다.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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