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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자광 스님의 ‘마음(心頌)’

기자명 김형중

실체 없는 불립문자의 마음 세계
일반대중 알기 쉽게 명료히 표현

마음이여, 마음이여
모양도 색깔도 무게도 없는 내 마음이여
실체가 없어 가고 옴이 없으니 두루 존재하고
무게와 크기가 없으니 우주를 짊어졌고
색깔마저 없으니 각양각색을 한달음에 통합하였구나

마음에서 허공이 나왔고
시간과 공간이 나왔고
중생과 부처가 나왔고
천당과 지옥이 나왔으니
마음이 세상을 창조하였구나

아무리 찾아도 없는 그 마음이
태양처럼 광명을 발하며 자나 깨나 나와 함께 있네 그려

형상도 없이 나를 조정하고
세상과 우주 지배하는 마음
그 정체 알아 잘 쓰면 부처
알지못해 잘못 쓰면 곧 중생

이 선시는 자광(慈光, 1942~현재) 스님의 ‘멍텅구리 부처님’ 책 첫머리에 수록된 ‘깨달음의 노래’ 5수 가운데 한 편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내 마음을 찾아서 생각을 해 보면 마음은 실체가 없어서 알 수가 없다. 형상도 실체도 없이 있으면서 나를 조정하고 세상과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 삼라만상이 마음의 아바타이다. 세상은 내 마음이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세계이다.

마음은 실체가 없는 형상이 없는 무일물(無一物)인데, 묘하게 작용을 일으키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세계이다. 마음은 색깔도 없고 크기도 없고, 무게도 없는 무심(無心)이다. 그러나 마음의 눈이 있어서 우주의 만상이 보이고, 지혜의 눈으로 보면 시간도 공간도 보이고, 지옥과 천당도 보인다.

일체의 삼라만상이 유심소현(唯心所現)이다. 이 세상은 마음이 보고 만들어 낸 모습이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마음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 마음이 나의 주인이고 세상을 다스리는 주관자라 하여 심왕(心王)이라고도 하고, 만물을 생장시키는 바탕이 된다고 하여 심지(心地)라고도 부른다. 이런 마음의 이치를 깨달으면 부처요, 모르면 중생이다.

자광 스님은 불립문자의 마음의 세계를 ’마음(心頌)’이란 선시를 통해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간단명료하고 표현했다. 1연에서는 실체가 없는 마음의 체(心體)를 읊은 것이고, 2연은 마음의 작용(心用)을 표현하였다. 한량없는 마음의 공능(功能)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읊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아무리 찾아도 없는 내 마음이/ 태양처럼 광명을 발하며 자나 깨나 나와 함께 있네 그려”라고 결구하였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형상이 없는 소(牛)를 찾았다. 찾고 보니 모양이 없지만 묘하게 신령스러운 작용을 하며, 우주 만상의 주인공으로 빛이 없는 광명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교를 정통으로 공부한 선지식이 오랜 참선 수행으로 마음의 세계를 체험한 경계를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한 편의 법문 형식으로 노래한 한글 게송이다. 한글로 풀어서 가락과 운율까지 넣어서 노래한 오도(悟道)의 게송이다.

마조(馬祖)대사는 “내 마음이 부처요, 바로 이 마음이 부처이다.”라고 하였다. 임제(臨濟)선사는 “밥을 먹을 때도 함께 있고, 똥을 쌀 때도 항상 내 곁에 있으며 작용하는 이 마음(그 놈)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는 부처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 마음의 정체를 잘 알아서 마음을 부처처럼 잘 쓰면 부처요, 중생처럼 잘못 쓰면 중생이다.

자광 스님이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군종법사로 월남전에 참전하여 베트콩에게 포로가 되었다가 그들을 상대로 설법하고 풀러난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는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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