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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큰스님

용성 스님 저술 등 전산화
저술·기고문 손쉽게 열람
선지식 선양사업 새 모델

근대기 최고 고승으로 꼽히는 용성(1864~1940) 스님을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재)대한불교조계종 대각회, 대각사상연구원,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는 4월5일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백용성 대종사 총서’ 전산화 사업 결과 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1만4120쪽에 달하는 용성 스님의 방대한 저술과 경전 번역서, 기고문, 연보 등을 볼 수 있으며,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의 국악교성곡 ‘용성’도 감상할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축사에서 “선지식 선양 사업의 모델”로 극찬한 것처럼 이번 총서 전산화 의미는 매우 깊다. 언제 어디서든 위대한 고승의 삶과 사상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오랜 세월 자료를 집대성하고 일일이 가치를 밝힌 대각사상연구원과 그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디지털 아카이브 검색시스템까지 구축한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여기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재)대각회가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용맹정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비루한 시대도 위대한 시대가 된다’고 했다. 이 말은 용성 스님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쇠락한 조선과 일제강점기라는 절체절명의 세월은 스님을 더욱 강하고 빛나게 했다. 모진 역사 한 가운데에서 스님은 마지막 호흡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선사, 율사, 강백, 역경사, 전법사, 개혁가로 살았던 다면(多面)의 선지식이었다.

용성 스님은 불교의 목적이 결코 개인의 안심입명이나 극락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 자신 속에 깃든 대원각성을 깨쳐 영원히 생사고해를 해탈하고 모든 중생을 깨닫게 하는 것이 불교의 지향점이고 수행자 의무라고 여겼다. 스님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일생을 수행자로 꼿꼿이 걸어갔다.

해인사로 출가해 23세에 깨달음을 이룬 스님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자 오히려 산중에서 서울 한복판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일본에 맞서 임제종 운동을 전개했고, 대각사를 지어 전통불교 수호에 착수했다. 3.1운동 때에는 만해 스님과 함께 민족대표 33인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으며, 이로 인해 서대문 형무소에서 2년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출옥 후 스님은 곧바로 삼장역회를 조직해 불경을 한글로 옮기는 역경불사에 뛰어들었다. 불경 한글화가 곧 불교 대중화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훗날 ‘역경에 골몰한 탓에 극도로 쇠약해졌네’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스님은 ‘화엄경’ ‘금강경’ 등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귀원정종’ ‘각해일륜’ 등 20여종의 저술도 남겼다. 스님은 불교의식과 염불도 한글로 진행했다. 포교 현대화를 위해 일요학교를 세웠고, 법회에서 찬불가를 만들어 부르도록 했다.

▲ 이재형 국장
스님은 대각교를 창설해 만일참선결사회, 선농불교, 도심포교에 매진했으며, 승려들의 결혼과 육식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승가의 전통을 지키려 노력했다.

한국불교사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뚜렷한 업적을 남긴 스님도 드물다. 그 용성 스님이 이제 디지털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지중한 불사의 공덕이 아닐 수 없다.
 
mitra@beopbo.com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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