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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과 국민의 승리

  • 법보시론
  • 입력 2018.04.30 10:15
  • 수정 2018.05.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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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쟁 혹은 사고로 끔찍하게 돼버린 현장이나 싸움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상황을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됐다고 표현한다.

아수라는 고대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신인데, 불국토의 이상향인 수미산(須彌山) 밑에 사는 모습이 흉측하고 얼굴이 셋, 팔이 여섯 개나 되며 끊임없이 싸우기를 좋아하여 전쟁의 신(戰神)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비슈누 신이 던진 원반에 맞고 창과 칼에 찔린 아수라들의 시체가 쌓여있는 처참한 모습이 묘사돼 있는데 아수라장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아수라가 있는 곳에서는 싸움이 끊이지 않고 늘 시끄럽다. 아수라는 정의의 상징인 하늘과 싸우는데, 하늘이 이기면 풍요와 평화가, 아수라가 이기면 빈곤과 재앙이 온다고 한다. 아수라는 불법(佛法)을 지키려는 제석천과 싸움 끝에 패하여 사라지고 만다.

국내에서 정치는 늘 싸움을 일삼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 가끔 정치판이 아수라장이 됐다는 비난을 받는다. 최근 10여년만 돌이켜 보아도 우리 정치는 국민에게 극도의 혼란과 혼돈, 갈등만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사태로 탄핵을 당했고 이후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이 인터넷 댓글을 주도한 혐의, 기업비리와 연관된 의혹 등으로 국민을 참담하게까지 만들었다.

보수정권 10년의 행태를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겠다는 현 정부에서도 역시 동일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의 한사람이었던 유력 여당 정치인이 ‘미투(Me Too)’운동의 대상자가 되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어 금감원장으로 임명된 전 국회의원이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분을 망각한 채 옹호에 나서 국민을 화나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드루킹 댓글조작’과 관련하여 현 정권의 핵심 국회의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국민을 더욱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야당은 경찰과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면서 여당과 대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헌, 일자리추경, 방송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고 국회는 또 공전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6월 지방선거만 생각하여 서로 상대방에게 국회실종의 책임을 돌리며 네 탓만 하고 있다.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상실하고 싸움만 일삼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아수라와 하늘의 싸움에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인간들이라고 한다. 인간이 선행을 행하고 이 세상의 정의가 널리 행해지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지만, 반대로 못된 짓이나 하고 불의가 만연하면 아수라의 힘이 세져 하늘이 지게 된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 개헌안 발의, 일자리 창출, 실업대책, 미세먼지 대책, 대학입시제도 개혁, 쓰레기대란 등 나열만 해도 국가의 운명, 국민의 생존과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진심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제 정치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정치집단과 싸우기 위해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된지도 모르겠다.

한반도 비핵화, 개헌, 실업, 일자리, 미세먼지, 대학입시 등의 현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국민이 행할 수 있는 정의이다. 국민만이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의 정쟁을 심판하는 정의를 행하여 아수라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승자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 스스로가 자각해야 아수라장을 정리할 수 있다.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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