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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사자신충들

기사승인 2018.04.30  10: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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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에서 행자와 사미‧사미니 과정을 원만 회향한 출가자들은 ‘범망경(梵網經)’ ‘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盧舍那佛說菩薩心地戒品, 이하에서는 ‘보살계’)’에 따라 비구‧비구니 구족계를 받은 뒤에 완전한 출가수행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 ‘보살계’는 중요한 계목 열 가지를 담은 ‘십중대계(十重大戒)’와, 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흔여덟 가지를 담은 ‘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로 크게 구분한다.

이 중에서 앞의 열 가지 중요한 계목은 실상 재가 신자들에게도 요구되는 항목으로써 부처님 제자라면 누구나 항상 잊지 말고 지키려 애써야 하는 것이므로 출가수행자들이 “그것을 잘 지키는지 아닌지” 따지는 일 자체가 부끄럽고 서글픈 일이겠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이런 기본 계율을 어기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창피한 줄도 모르는 이들이 있어서 불자들이 세상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렵게 한다.

특히 제6중계(重戒)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說四衆過戒)’와 제7중계 ‘나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지 말라(自讚毁他戒)’를 아무 거리낌 없이 어기면서도, 오히려 그 범계 행위를 자신의 ‘영웅증명(英雄證明)’이라도 되는 듯이 처신하는데도 그를 따르는 무리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다.

뒤의 마흔여덟 가지 가벼운 계목의 경우에도 ‘가볍다(輕)’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출가자들에게는 앞의 열 가지 계목과 견주어 그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무거운 계(重戒)’는 불자라면 누구든 지켜야 할 의무이기 때문에 이 ‘가벼운 계(輕戒)’의 준수 여부가 출가와 재가 제자를 가르는 구분선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제17경계 ‘세도를 믿고 구하지 말라(恃勢乞求戒)’에서 “불제자가 음식‧재물‧이익(利養)이나 명예를 위하여 왕‧왕자‧대신이나 관원을 가까이 사귀고, 그것을 빙자하여서 때리고 협박하여 억지로 돈이나 재물을 횡령하여 이익을 구하겠는가. … ”라며 세속 권력에 기대어 이익을 구하면 안 된다고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출가자들은 승단 안에서 자기 위치를 높이고 탄탄하게 다지려고 정치‧언론 권력과 끈을 이어가느라 애쓰면서 이 계목 어기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마지막 제48경계 ‘불법을 파괴하지 말라(破法戒)’에서 “몸 밖의 다른 벌레가 아니라 사자 몸속에 있는 벌레가 사자의 살을 파먹는 것처럼, 이와 같이 불제자들 스스로 불법을 파괴하지 외도와 마군이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如獅子身中蟲 自食獅子肉 非餘外蟲 如是佛者自破佛法 非外道天魔 能破壞).”라고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으니, ‘보살계’를 수지한 출가자라면 어떤 경우에라도 “최소한 사자신충(獅子身蟲)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결코 잊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뜻밖으로 불교 집안을 비롯하여 세상 곳곳에는 이런 사자신충이 넘쳐나고 있다.

군사독재 정권은 논외로 하고, 1992년 선거로 들어선 이른바 문민정부 이래 역대 정권에서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야당과 일부언론 때문에 국정이 불안하고 민생을 살릴 수 없다”고 푸념했지만, 정권을 위태롭게 했던 장본인은 야당과 언론이 아니라 정권 핵심에서 좀 벌레처럼 기초를 무너뜨리고 있던 사자신충들이었다.

백수(百獸)의 제왕이라고 하는 사자도 몸 안의 벌레가 살을 파먹기 시작하면 들개 떼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고 허무하게 죽어간다. 하물며 고려 말 이래 잠시라도 사자가 되어 세상을 주도해보지 못한 한국불교 안에 이 사자신충들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면 그 미래가 어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자신충은 오직 ‘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삼고 있을 뿐이므로 숙주(宿主)인 사자가 죽으면 자신도 함께 죽게 된다. 그런데 “외부 힘을 빌려 사자가 되겠다”고 미쳐 날뛰는 사자신충이 있으니 이를 어찌할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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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두 benedit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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