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강설과 사법제자

기자명 해주 스님

표훈 스님 등 뛰어난 제자들 , 의상 화엄 신라불교 주류 만들어

▲ 당나라 법장 스님이 신라 의상 스님에게 보낸 편지. 제목은 당현수국사치신라의상법사서(唐賢首國師致新羅義湘法師書). 일본 천리대 소장.

의상 스님은 저술을 많이 남기지는 않았으나 제자들의 교육과 교화를 중시하였다. 부석사를 근본도량으로 삼고 각처에서 주로 ‘화엄경’과 ‘일승법계도’를 강설하고 교화활동을 폈다.

의상 스님 신라귀국 20년 뒤
중국서 법장 스님 편지 보내


‘기해동서’ 편지 천리대 소장
화엄경 주석 보내 검토 부탁

법장 스님 주석서 ‘탐현기’를
4명의 제자에게 강의케 해

진정 스님 어머니 천도 위해
소백산 추동서 화엄경 강설

황복사·부석사에서도 강의
태백산서는 ‘행경십불’ 강설

제자들, 의상 스님 강의 적어
후대에 의상 화엄 등불 밝혀

‘송고승전’ ‘법장화상전’ 이어
‘삼국유사’에도 제자들 기록

의상 스님이 종남산 지상사에서 ‘화엄경’을 배워 와서 태백산 부석사를 중심으로 ‘화엄경’을 강설하여 신라에 화엄교가 퍼져서 당나라와 신라의 화엄교가 똑같이 번창하였다고, 일연 스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험한 덤불 헤치고 안개와 티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니
지상사 문이 열려 상서로운 보배를 맞이한다.
잡화를 캐어 와서 고국에 심으니
종남산과 태백산이 한가지로 봄[春]이로다. (‘三國遺事’)

의상 스님이 귀국한지 20여년 후 지상사에서 함께 공부했던 법장 스님이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보낸 ‘기해동서(寄海東書)’라는 편지에서, “우러러 들으니, 상인께서는 고향으로 돌아가신 후 ‘화엄경’을 펴셔서 법계를 선양하고 걸림 없는 연기의 겹겹 인드라망으로 부처님 나라를 새롭게 하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신다고 하니 뛸듯한 기쁨이 더욱 깊습니다. 이로써 여래께서 입멸하신 후, 부처님의 해를 빛나게 하고 법륜을 다시 굴려 법을 오래 머무르게 한 사람은 오직 법사뿐임을 알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의상 스님의 ‘화엄경’ 강설을 불멸 후 ‘광휘불일 재전법륜 영법구주(光輝佛日 再轉法輪 令法久住)’인 것으로 찬탄한 것이다.

▲ 표훈대덕발원문.갑사소조보살입상복장유물.

법장 스님은 이어서 스승 지엄 스님의 장소(章疏)가 뜻은 풍부한데 글이 간결하여 후인들이 이해하여 들어가기가 어려우므로 주석[義記]을 완성하였는데, 승전(勝詮)법사가 베껴 써서 전할 것이니 잘잘못을 상세히 검토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기해동서’는 현재 일본 천리대에 소장되어 있다.

의상 스님은 법장 스님이 보낸 7부29권의 저술을 10일 동안 문을 닫고 깊이 검토한 후 진정·상원·양원·표훈 등 뛰어난 제자 4인을 불러서 ‘탐현기’를 각각 5권씩 나누어 강의하게 했다. 그리고 말하기를 “나를 넓혀주는 이는 법장이고 나를 일으켜줄 이는 그대들이다.”(‘법장화상전’)라고 하였다. 그리고 각기 자기를 속이지 말고 힘쓸 것을 당부하였으니, 의상 스님이 제자들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과 제자교육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의상 스님이 제자를 위하는 마음은 제자 진정 스님의 어머니 천도를 위해 ‘화엄경’ 강설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소백산 추동(錐洞)에서 90일간 열린 ‘화엄경’강설에 3,000명의 제자가 운집하였다고 널리 회자되어 왔다. 추동이 어디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비로사 부근 또는 욱금동 일원 영전사터로 추정되고 있다. 비로사는 의상 스님 또는 진정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서 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이 함께 모셔져 있고, 사하촌이었다는 달밭이 인접해 있다. 욱금동의 영전사는 ‘삼국유사’에 보이는 ‘욱면비염불서승조’의 욱면비가 현신성도하였다는 미타사로서 현재는 그 일대가 금계저수지로 변했고, 영전사터에서 출토된 아미타불 존상과 유물들은 풍기읍의 영전사에 모셔져 있다.

문헌에 전하고 있는 강설의 예를 몇 가지 더 들어보면, 의상 스님은 자신의 출가도량인 황복사에서 ‘법계도’를 강의하였으며, 화엄본찰인 부석사에서 40일 동안 ‘일승십지문답(一乘十地問答)’이 이루어졌으며, 태백산 대로방에서 ‘행경십불(行境十佛)’강의가 있었다. 이외에도 의상 스님은 때때로 표훈 스님과 진정 스님을 비롯한 제자들의 의문을 풀어 주는 문답 내용이 많이 전한다.

‘화엄경’의 ‘십지’ 교설은 회삼귀일(會三歸一)의 바탕 위에 시설된 일승보살도이다. ‘십지품’에는 모든 바라밀을 육상(六相: 총상· 별상· 동상· 이상· 성상· 괴상)으로 닦아 마음이 증장하게 하는 원(願)도 담겨있어, 화엄교학의 중요한 ‘육상원융’의 경증이 되기도 한다. 의상 스님은 ‘반시’에서 법계도인을 육상원융으로 설명하고 있다.

▲ 비로봉이 보이는 추동일대.

그리고 ‘행경십불’은 ‘화엄경’의 깨달은 부처님의 세계를 열이라는 원만수로 포섭한 열 부처님이다. 반면 모든 존재가 다 본래 부처님인 입장에서 본 열 부처님을 해경십불(解境十佛)이라 하여, ‘화엄경’의 부처님을 지엄 스님이 이 2종 십불로 나누어 보았다. 의상 스님이 ‘법성게’에서 말한 십불(十佛)은 행경십불에 해당하는 열 부처님이고, 반시에서 보인 융삼세간은 해경십불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승십지가 보살경계로서 연기세계라면 행경십불은 불경계로서 성기세계이다. 불화엄의 부처님과 보살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교설에 대한 강의가 이렇게 별도로 장시간 행해지기도 한 것이다.

의상 스님이 제자 교육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전해지고도 있다.

의상 스님의 강설의 나무는 꽃을 피우고 말의 숲은 열매를 맺었다. 높은 수준에 올라 오묘함을 본 스님이 지통· 표훈· 범체· 도신 등 여러 명이었으니, 모두 커다란 알을 깨고 나는 가루라 새였다. 의상 스님은 설한 대로 행함을 귀하게 여기고 강설로 펴는 일 외에 부지런히 수련하며, 찰해를 장엄하는 데에 따뜻함과 시원함을 꺼리지 않았다. 대개 제자들이 도움을 청하면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는 때를 기다린 후에 깨우쳐 주었다. 의상 스님은 이에 의문을 따라 막힌 것을 풀어서 조금도 찌꺼기가 남지 않게 하였다. (‘송고승전’)

그리하여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배운 대로 행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스승의 강설내용을 적어 전하기도 하였다. 혹은 붓을 집어 큰 띠에 쓰기도 하고 필로 나무 잎에 쓰기도 하였으며, 가려 뽑은 글은 결집과 같고 베낀 글은 말을 그대로 담은 것 같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문[義門]은 제자를 따라 제목을 삼기도 하고, 혹은 강설한 장소로 이름을 삼기도 했다. 도신 스님이 의상 스님의 강의를 받아 적은 글을 ‘도신장’이라 하고, 소백산 추동에서 강의한 ‘화엄경’ 강설을 지통 스님이 받아 적어 전하는 것을 ‘지통기’라고도 하고 혹은 ‘추동기’라고도 하며 ‘추혈문답’이라 하는 등과도 같다. ‘지통기’는 중국 법장 스님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화엄경문답’이 그 이본인 것으로 최근 거의 밝혀졌다. 이러한 장소(章疏)들은 모두 화엄성해 비로자나불의 가없는 세계를 밝힌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의상 스님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스승의 강설을 깊이 이해하고 그 내용을 받아 적어 남긴 도신 스님이나 지통 스님은 위 ‘송고승전’에서 언급한 바, 의상 스님의 뛰어난 제자 등당도오자(登堂覩悟者)에 해당한다. 그리고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에는 표훈· 진정· 상원· 양원 스님을 특히 뛰어난 제자라 하여 4영(四英)이라 불렀다.

또 ‘삼국유사 의상전교조’에서는 의상스님의 10대제자로서 오진· 지통· 표훈· 진정· 진장· 도융· 양원· 상원· 능인· 의적 스님을 들고 있다. 이들은 성인 또는 성인 버금되는 분으로 칭송되었다.

▲ 영전사지 욱금동 일원.

이 세 부류에 다 해당되는 유일한 제자인 표훈 스님은 의상 스님과 함께 흥륜사(興輪寺) 금당(金堂)에 신라십성으로 모셔지게 되었다. 표훈 스님은 황복사에 주석하기도 하였고, 표훈사를 창건하였으며, 불국사에 머물면서 항상 천궁을 왕래하고 혜공왕의 탄생설화와도 관련이 있다. 표훈 스님의 화엄사상은 ‘총수록’과 균여의 저술 등에 그 일면이 전하고 있다.

최근에 공주 갑사 소조 보살입상(1617년 조성)의 복장 유물에서 절첩본 형태로 된 ‘일승법계도’와 ‘표훈대덕발원문’의 사경이 발견되었다. 이 사경은 고려 우왕14년(1388)에 준암심탄 스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제목은 ‘일승법계도’로 되어있으나 내용은 ‘법성게’인 30구에 이어, ‘표훈대덕발원문’이 사경되어 있다.
발원문의 내용은 먼저 시방일체 불보살과 제조사와 선지식에게 예경하고, 지은 바 과실을 참회한다. 그리고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구체적인 원을 세우고 있다.

먼저 득도하기 전에는 도심(道心)에서 물러나지 않고 부지런히 범행을 닦으며, 명이 다하여 죽은 뒤에는 무량광불 세계의 상품연화에 태어나고, 만약 그 업이 다하지 못하여 불회상에 나지 못한다면 바른 신심가진 법왕가에 태어나서 일찍 출가하여 선지식을 친근하여 무상도를 구한다. 대도를 얻은 후에는 중생을 제도하여 마음을 요달해서 해탈하길 원한다. 그리고 끝으로 부처님께 자비로 증명해주시고, 대비의 원이 증장되며, 삼보께 목숨 바쳐 예경하기를 발원하고 있다.

의상 스님의 수행전통은 이러한 표훈 스님을 위시한 수많은 제자들에게 이어져갔다. 그리하여 대를 이어 화엄십산이 건립되면서 화엄종이 형성되었고 의상 스님을 초조로 한 의상계화엄이 한국화엄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