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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무량수경’의 핵심

“범부가 극락왕생하지 않으면 정각 이루지 않으리”

▲ 영천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보물 제1857호). 출처=문화재청

‘권진의 노래(권진가)’는 정토교의 교리와 정토교의 중요한 역사를 나름대로 포괄하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역사는 다 포괄할 수 없습니다. 빠진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역사입니다. 하지만 교리는, 주요한 핵심사항은 모두 포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그 역시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오랜 정토교의 역사에서 어느 정도는 공감을 이루어 온 내용입니다. 정토교의 교리는 정토삼부경에 모두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에 대한 해석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논의도 있겠습니다만 그 삼부경의 말씀을 제외하고서 어디 다른 데서 정토교의 교리가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 삼부경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무량수경’ ‘아미타경’, 그리고 ‘관무량수경’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의 사십팔원은
부처 되기 이전에 세운 원력

사십팔원 담고 있는 무량수경
정토삼부경의 핵심으로 평가
정토사상의 가장 참된 봉우리

정토교의 역사는 사십팔원 중
유독 제십팔원을 가장 중시해
본원 중의 본원이기에 왕본원

‘권진의 노래’에서는 ‘아미타경’과 ‘관무량수경’의 경우에는 그 경전들의 주요한 사항을 거의 다 담았습니다. 하지만 ‘무량수경’에서는 주요 내용만을 추출하였는데 ‘무량수경’ 전체에서 본다면 지극히 적은 분량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권진의 노래’에 담지 못한 ‘무량수경’의 내용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는 애당초 ‘무량수경’ 자체가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상하 2권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흔히 ‘쌍권경(雙卷經)’ 내지 ‘양권경(兩卷經)’이라고도 부릅니다. 그 2권 중에서 ‘권진의 노래’가 언급하는 것은 거의 상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하권의 내용으로는 제18원의 성취문(成就文)과 관련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상권은 우선 아미타불의 전기로부터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었습니다. 그때 그 나라에 ‘세자재왕’(2연) 여래라는 부처님께서 교화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서는 왕의 자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서 출가합니다. 비구가 됩니다. 그래서 ‘법장비구’라고도 말합니다만 나중에 아미타불이 되시기 때문에 ‘법장보살’(3연)이라고 부릅니다.

부처님이 되시기 위해서 오랜 시간 수행을 하십니다. 주의할 것은 지금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수행’이라고 하면 참선과 같은 자리(自利)적인 일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법장보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한 이타(利他)적인 보살행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보살행의 실천에 대해서 5겁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고뇌하셨다는 것입니다. 이를 ‘오겁사유’(4연)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신란 스님이 “아미타불의 오겁사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라고 했을 때는 마치 ‘사유’가 명사처럼 이해되고 있습니다만 ‘무량수경’의 문맥에서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미타불은 자력으로 보살행을 통해서 중생구제의 기반이 될 불국토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미타불로 성불하시게 되는데 그것은 지금부터 꼭 10겁 이전의 일입니다. 이를 잇펜 스님은 ‘십일불이송(十一不二頌)’이라는 노래에서 ‘십겁정각’(5연)이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법장 보살은 ‘아미타불’(6연)로 성불합니다. 물론 바로 그때 우리의 구제 역시 결정됩니다.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바로 그 말을 매개로 해서 말입니다. 아미타불은 다른 말로는 ‘무량수불’(7연)이라고도 부르고 ‘무량광불’(8연)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두 명호는 산스크리트(범어)로는 각기 ‘나모 아미타바(Namo Amitābha)’와 ‘나모 아미타유스(Namo Amitāyus)’라고 합니다. ‘아미타’는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고 ‘아브하’는 ‘빛’이고 ‘아유스’는 ‘목숨·수명’입니다.

‘아미타불’의 번역어는 ‘무량수불’과 ‘무량광불’이 있는데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유독 ‘무량수불’이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무량광불은 별로 말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란 스님만은 ‘빛’에 특별한 감각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아미타불의 빛에 감싸여 있다는 점에서 무량광불을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근래 인도의 정토사상을 연구한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인도에서는 아미타유스 보다 아미타바의 용례가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무량광불 보다 무량수불을 선호하는 데에는 오래 살고 싶은 우리 중생들의 욕망이 서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연부터는 아미타불의 ‘사십팔원’(9연)에 대한 것으로 주제가 바뀝니다. 사십팔원을 본원(本願)이라 부릅니다만 부처되기 이전에 세운 서원이기 때문입니다. 정토교는 본원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무량수경’ 상권의 핵심은 바로 이 사십팔원에 있습니다. 사십팔원이 설해지고 있기에 ‘무량수경’은 정토삼부경의 으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뜻을 신란 스님은 “‘무량수경’은 정토사상 중 가장 참된 봉우리(淨土眞宗)”라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토교의 역사는 사십팔원 중에서도 유독 ‘제십팔원’(10연)을 중시합니다. 본원 중의 본원이라는 뜻에서 ‘왕본원(王本願)’이라 부릅니다. “가령 내가 부처가 되었을 때 온누리의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나의 이 발원을) 믿고 좋아하여 나의 국토에 태어나고자 해서 십념 정도를 한다고 하자. (그렇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국토에 태어나지 못한다면 (나는) 정각을 이루지 않으리라. 다만 오역죄와 정법을 비방하는 죄를 범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이는 상권에 나오는 인문(因文)입니다. 이러한 제18원에 대하여 정토교의 사상가들은 다양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십념왕생’(11연)원이라고도 하고 ‘염불왕생’(12연)원이라고도 하고 ‘지심신요’(13연)원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외에도 ‘범부성불’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모두 타당한 이름입니다. 모두 일리 있습니다. 하권의 성취문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가령 내가 부처가 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중생들이 나의 이름을 듣고서는 신심으로 기뻐하면서 일념 정도를 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그 공덕을) 회향하여 나의 국토에 태어나고자 한다면 곧 왕생을 얻어 (그곳에서) 다시 물러남이 없는 경지에 머물 것이다.”

제18원은 상권의 인문과 하권의 성취문에서 반복됩니다만 주요한 차이점은 상권에서는 ‘십념 정도(乃至十念)’(14연)라 하였으나 하권에서는 ‘일념 정도(乃至一念)’라 하였습니다. 이를 저는 ‘일념왕생’(15연)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상권의 내지십념은 십념왕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십념왕생을 주장하는 입장은 다념의(多念義)라 하고 일념왕생을 주장하는 입장은 일념의(一念義)라 합니다. 일념의에서는 선적(禪的)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만 일념이 되어서 다념을 해야 할 것입니다. 16연의 ‘즉득왕생’이라는 말은 ‘곧 왕생을 얻는다’는 말입니다. 이때 ‘곧’은 시간적인 의미도 있겠습니다만 ‘반드시’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역시 성취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관음보살’(17연)과 ‘세지보살’(18연)을 들었습니다. 아미타불의 좌우보처로서 아미타불과 함께 우리 중생들이 극락에 왕생할 때 마중나와 주시는 분입니다. 그것을 내영(來迎)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 ‘권진의 노래’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중요한 하권의 내용은 중생들의 근기를 상배(上輩), 중배(中輩), 하배(下輩)로 나누어서 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관무량수경’에 가서 ‘구품왕생’(28연)으로 구체화됩니다. 또 하권에서 장황하게 설해지고 있는 삼독오악(三毒五惡)에 물든 중생들의 삶의 모습은 현실이 바로 지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이해됩니다만, 이 역시 65연에서 ‘염리예토(厭離穢土)’로 말해지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말할 때는 ‘무량수경’의 하권을 말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lokavid48@daum.net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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