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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와 명진 그리고 설정 스님

명진 스님과 인연이 끈끈한 최승호 전 PD수첩 책임피디가 MBC 사장에 발탁되면서 조계종의 파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봉은사 주지 재임에 실패한 명진 스님은 조계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MBC에서 쫓겨나 있던 최 사장은 명진 스님을 적극 지지했고 훗날 조계종에 비판의 칼날을 겨눌 것임을 공표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과 최승호 사장 끈끈함
PD수첩 무리한 보도로 이어진 듯
은처자 의혹 규명도 미뤄선 안 돼

언론방송계 최고 권력자로 권토중래한 최 사장은 명진 스님을 잊지 않았다. 사장 취임 직후 지속적인 조계종 폄하와 불법적인 사찰재산 양도계약 체결 혐의로 조계종에서 제적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MBC 시사토크에 출연할 수 있었다. 이때 명진 스님 측이 밝혔듯 조계종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던 최승호 사장의 약속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 사장 직속라인으로 알려진 PD수첩이 조계종에 비판의 카메라 앵글을 들이댄 것도 그 무렵이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본격화 되는 5월의 첫날 방영된 PD수첩은 최 사장의 ‘조계종 개혁 프로그램’ 약속과 명진 스님의 밀착관계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방송 내용은 명진 스님에게 극히 우호적인 인터넷 매체가 쏟아냈던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그대로 답습했다. 게다가 미투 게시판에 올랐던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PD수첩은 사실보다 의도와 의욕이 앞선 부분이 적지 않았다. 불법적으로 입수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는데다가 현응 스님 관련 의혹은 해당 미투 게시판 관리자가 음해성 글일 수 있다며 이미 삭제한 상태였다. 더욱이 방송 전날 현응 스님은 성추행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선학원 기관지 전 편집장이 “성추문 의혹제기 배후는 선학원 법진 이사장”이라고 보내온 문자를 공개했음에도 PD수첩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여직원 성추행으로 최근 1심에서 징역 6월형을 선고받은 법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뿐더러 되레 선학원 측 자료로 특정인을 비판한 점도 PD수첩의 편파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 사장과 PD수첩의 명진 스님에 대한 무한 신뢰는 이날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명진 스님이 2001년 강남 신밧드 룸살롱 사건의 주역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당사자라는 점도 PD수첩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런 명진 스님이 PD수첩에서 “시주금은 세금과 똑같다. 그걸 자기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면 도둑죄”라고 질책하는 모습은 불교계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PD수첩이 끝나고 곧바로 시작된 ‘100분 토론’에까지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출연시킴으로써 PD수첩 보도의 객관성마저 의심토록 했다.

PD수첩은 조계종 치부를 보도함으로써 종편에도 밀리던 MBC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에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편향되고 자극적인 보도가 깜짝 시청률을 높일 수는 있을지언정 예전에 보여줬던 PD수첩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과는 더욱 멀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번 PD수첩 보도는 불교계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설정 스님을 둘러싼 은처자 의혹이 더욱 깊어진 것이 사실이다. 딸이라고 의혹을 받는 여성이 총무원장 선거를 전후해 캐나다로 떠났고 지난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설정 스님과 친인척들이 그녀의 통장에 거액의 돈을 송금했다는 것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설정 스님의 은처자 의혹은 지난해 선거과정 중에 불거졌고, 설정 스님은 이른 시일 안에 결백함을 밝히겠다고 거듭 공표했다. 이같은 스님의 입장은 원로회의가 총무원장을 인준하는 과정에서도 되풀이 됐다. 최근 설정 스님이 의혹 해소를 위해 유전자 검사를 받고 그것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말했으나 이제는 그것조차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 이재형 국장

스님의 범계 의혹이 조속히 해명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종단에도 불운한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날짜를 명시하고 그때까지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그 또한 업이고 인연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설정 스님은 수많은 대중들의 신뢰를 받았던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이다. 이제 설정 스님은 백척간두에 섰다. 그 벼랑 끝에 선 설정 스님에게 많은 이들이 ‘진실’과 ‘책임’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아닌 덕숭총림을 이끄는 ‘선승’ 설정 스님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mitra@beopbo.com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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