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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계승 징계, 세속 사법부 판단 거쳐야 확정?

  • 교계
  • 입력 2018.05.17 14:25
  • 수정 2018.05.31 22:51
  • 댓글 9

대법원, 영담스님 징계무효 확정
학력 위조․동국대 혼란 야기 등
징계사유 인정…“양형 과하다”
조계종 징계제도근간 훼손 우려

영담 스님

앞으로 조계종에서 범계승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세속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은 5월15일 다니지도 않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속여 동국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동국대 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이사장 직무대행을 자처하면서 법인 인감을 주지 않아 직원급여 지급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 동국대 혼란을 야기하고, 종단 내 사정기관의 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 종법질서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방송과 법회에서 종단 대표자를 비방한 혐의 등으로 조계종 호계원으로부터 ‘공권정지 10년, 법계강등’의 징계를 받은 부천 석왕사 전 주지 영담 스님의 ‘징계무효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영담 스님에 대한 호계원의 징계는 ‘무효’라고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확정됐다.

그러나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종헌종법에 따라 운영되는 조계종의 자율권을 심각히 훼손했을 뿐 아니라 종단 사법부인 호계원의 징계심판 자체를 무력화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클 전망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월26일 영담 스님이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각하’를 결정했던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고 ‘징계무효’를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영담 스님이 고등학교 학력을 위조한 점, 동국대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동국대 혼란을 야기한 점, 종단의 사정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영담 스님이 팟캐스트 등 방송과 법회 등에서 종단과 종정스님의 명예를 훼손한 것과 관련해 “종단 집행부 또는 소속 승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여지가 있다”며 징계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런 사실을 기초로 재판부는 호계원에서 내린 영담 스님의 ‘양형이 과하다’고 판단하고 “공권정지 10년, 법계강등은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는 사법부의 심판대상이 아니다’는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논란이 됐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동일한 사유로 중앙종회가 영담 스님을 중앙종회의원에서 제명결의한 사건에 대해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으며, 징계사유에 있어서도 ‘중앙종회의원 제명’은 문제 없다”고 판단한 1․2심의 판결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서울고등법원이 앞선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고 영담 스님에 대한 종단 징계의 양형을 문제 삼아 ‘무효’를 결정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영역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계종 호계원장 무상 스님은 지난 2월1일 성명을 내고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고, 종교단체의 자율적인 징계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정하면서 영담 스님의 징계무효소송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계종이 이번 재판결과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사법부의 판결을 수용할 경우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함은 물론 종단 징계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다시 징계절차를 밟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계종이 사법부의 판단을 일부 수용해 영담 스님에 대한 징계절차를 다시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조계종 관계자는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심각히 훼손한 사법부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할 이유는 없다”면서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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