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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국일보사

기자명 임연숙

건물의 추상적 이미지서 추억을 찾다

▲ 김수영 作 ‘한국일보사’, 220×200cm, 유화, 2006년.

커다란 화면에 가득 찬 회색톤의 화면은 마치 단색화를 보는 듯하다. 서울산수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작품이다. 한국의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소개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감성적 교감을 준다.

카메라로 특정한 건물을 찍어
특정한 프레임 그림으로 담아
유리창 넘어 모습 상상케 해

김수영 작가는 카메라로 건물 외관을 찍고 건물의 어디까지를 프레임으로 할 것인지 정하고 인화된 사진에서 화면의 전체 윤곽을 정한다. 말하자면 트리밍하는 작업이 밑그림 작업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서 실제 풍경을 보고 눈으로 기억하는 이미지와 사진을 통한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실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눈으로 보는 전체 공간에 대한 형상과 기억이 있는 반면, 카메라의 프레임 속에 들어온 부분의 이미지는 때로는 추상적이기도 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스치고 지나간 순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건물은 예전 한국일보사 건물이다. 주소가 중학동이었던 기억이 난다.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동십자각 건너편 지금은 트윈빌딩이 들어선 자리다. 큰길에서 보면 건물이 삼각형 모양이었고 김수영 작가의 그림이 전면이 되는 셈이다. 작가는 비상구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비스듬히 대칭된 구조의 건물을 수직과 사선, 그 사이의 건물과 그림자, 유리창이라는 단순한 구조 속에 단순한 색면을 담담히 채웠다. 작가가 주로 바라보는 건물의 시선은 다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건물의 모서리를 중심으로 양 측면을 대칭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그것은 건물의 전면에서 바라보는 평면적 시각이 아니라 건물의 입체감을 보여주는 측면의 시각이면서도 건물의 묘사가 아닌 색면으로 처리하고 있다. 유화로 채워진 색면이 그렇다고 기계적이나 완벽하거나 엄밀한 느낌은 아니다. 그것은 그냥 수수하고 담백하다. 추상적인 느낌을 주지만 작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유리창 넘어 그 안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단순한 사각의 색면의 색감의 변화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한 걸까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지금은 없어진 건물에 대한 추억과 그 건물이 한국일보사라는 언론사 건물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건물 맨 위층이 송현클럽이라는 식당 겸 모임장소 겸, 컨벤션홀이 있어서 숱한 정치모임과 송년회 행사장으로 유명했었다는 점 등이 이 작품을 보고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모임장소나 특히 회의장이나 공연장이 없던 시절 이 건물 14층에 있었던 스카이라운지는 어떤 특별한 날 만남의 장소이자 공식행사장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물에 대한 추억은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하나의 건물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느끼게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최근 아파트나 도심 건물의 풍경을 주제로 하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건물의 묘사나 표현 그 자체의 다양성과 의미의 확장성은 어떤 하나의 미술의 경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조형으로 해석하는 작품들이 흥미롭다. 김수영 작가는 꽤 오랫동안 건축을 그림으로 다루어 왔고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완성도 있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단순화된 그림은 무심함으로 다가오고 건축물을 다루는 그림에서 여백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떤 소재를 다루든 작가의 미적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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