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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중앙승가대 전신 중앙불교승가학원

기자명 이병두

석주 스님, 중앙승가대 초석 다졌다

▲ 석주 스님이 1979년 4월14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보현사에서 중앙승가대 전신인 중앙불교승가학원의 개원법회에서 법어를 하고 있다.

“중앙승가학원이 큰 교육기관으로 발전되어 많은 인재가 배출되길 바란다.”

도제양성 한목소리 내면서도
총무원장 축사도 없이 출범
초대 학장 맡아 10년 동안
승가학원 발전에 동분서주

1979년 4월14일 서울 돈암동 보현사에서 열린 중앙불교승가원(중앙승가대학교의 전신, 이하 ‘승가원’) 개원식에서 석주(昔珠) 스님이 기대를 담아 전한 법어 중 한 대목이다.

같은 해 2월24일 설립 발기회의가 열린 후 두 달이 되기 전에 개원식을 가질 정도로 승가원의 설립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개원에 앞서 이미 3월18일 학인 모집에 나서 이날 연수부에 42명, 교양부에 18명이 입학하였다. 참석한 내빈으로만 보면 승가원 개원은 초라하였다. 석주‧운학‧월운 스님과 동국대 원의범‧이종익‧오형근 교수가 전부였고 그 흔한 총무원장 축사도 없었다. ‘도제 양성’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별 관심이 없었던 지도부의 무관심 때문이었는지, 분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흔들리던 종단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지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소박하게 출발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사찰 규모도 작은 보현사를 임시 학사로 개원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1980년 1월 ‘중앙승가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어 도약을 기하였고 어느 누구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않는 학장 소임은 석주 스님이 기꺼이 수락해 취임하였다. 개원식에서 축하 법어를 했을 뿐만 아니라 ‘중앙불교승가학원’이라는 현판을 쓰고 그것을 새기는 판각비용을 부담하는 등 미래 인재 양성에 큰 기대를 가졌던 분이 그 무거운 짐도 흔쾌히 졌던 것이다.

개원한지 2년이 채 안 되는 1980년 12월 보현사에서 영화사로, 그리고 몇 달 뒤인 1981년 3월 초에는 개운사로 쫓기듯 옮겨 다녔으니 학장 석주 스님을 비롯한 교직원과 학인들의 가슴이 검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며 강의를 이어가고 개운사 학사에서 차차 안정을 찾으면서 1981년 말에는 기존의 2년제 과정을 4년제로 바꾸고 사회복지학과를 증설하는 등 본격적인 대학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사진은 1979년 4월14일 승가원 개원 법회에서 석주 스님이 법어를 하는 장면이다. 앞에서 ‘소박하다’고 하였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초라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석주 스님은 1988년 4월 후임 혜성 스님에게 학장 소임을 물려줄 때까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힘든 자리를 맡아 험난한 상황을 이겨내며 승가대학의 초석을 단단히 놓았다.

석주 스님의 원력과 의지가 받침돌이 되지 않았으면 오늘날 김포학사에서 강의동‧기숙사‧도서관과 운동장 등을 갖추고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여 석사‧박사를 배출하는 명실상부한 조계종의 중앙승가대학으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승가대학이 받아야 할 칭찬이 있다면 그 반 이상을 석주 스님에게 돌려드려야 마땅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다. 어느 쪽 비중이 높은지, 그 비율에 따라 호평을 받거나 악평을 받게 될 뿐이다. 조계종이 현대적인 승려교육을 위하여 설립‧운영해온 중앙승가대도 종단의 중추가 될 훌륭한 인재를 꾸준히 육성한 공(功)과 함께 한때 지나친 종단 정치 간여 등으로 비판을 받는 등의 잘못(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잘못보다는 공이 훨씬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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