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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박정은-하

기자명 법보신문

 

▲ 40, 혜안성

2016년 여름은 정말 무더웠다. 당시 홍법사 동림 어린이법회의 어린이들은 90일 동안 108배 수행을 하는 것이 재가안거 과제였다. 할까 말까하는 여지의 고민도 없이 딸과 함께 108배 재가안거 수행을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절을 했다. 나는 딸에게, 딸은 나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면서 가족신행공동체의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여름 재가안거 동참하면서
고민 없이 딸과 108배 정진
두 아들 단기출가 인연까지
가족신행공동체 거듭난 계기

가족신행의 폭은 두 아들의 단기출가를 계기로 더 넓어졌다. 2017년 4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두 아들이 홍법사에서 21일 동안 스님과 함께 생활하는 동자승 단기출가에 동참했다. 두 아들이 부처님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하는 기회를 만났고, 회향한 이후에도 수행은 계속 이어졌다. 딸과의 재가안거에 이어 두 아들이 동자승을 하면서 나의 수행은 이제 나만의 수행이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삶 속에 온전히 자리 잡았다.

우리 가족은 다시 감사와 참회 수행을 함께 시작했다. 이 수행은 홍법사 동림어린이법회와 자모회인 세향기도반 회원들이 함께하는 '내 안의 감사향기'라는 1000일 감사수행이다. 이 감사수행을 시작한지도 400일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감사할 일이 뭐가 있을까? 참회할 일이 더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아니다. 감사와 참회수행 덕분에 어느덧 아주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하루하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감사하게 다가왔다. 감사가 감사함으로 이어지고 기도가 기도로 계속 이어져 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감사와 참회의 수행을 이어오던 지난 4월, 세향기도반은 새로운 목표 한 가지를 더 설정했다. 이왕 수행한다면 더 열심히 정진해 보자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 10만배 참회정진을 해보자는 소식이 들려왔다. 10만배 참회정진은 매일 108배씩 절수행을 1000일 동안 진행해서 10만배를 완성하는 기도이다. 김경숙 홍법사 어린이청소년불교교육연구소장이 먼저 모임의 밴드에 운을 띄웠다. 10만배 참회정진을 발심하며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도반들과 오래오래 정진하고 싶다는 글이었다. 김 소장의 글을 보면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함께 정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나 자신과도 약속을 했다.

어쩌면 감사와 참회 수행을 하면서 매일 감사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중 한걸음 더 깊은 수행과제를 기다리고 있었던 내 마음이 읽힌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더군다나 10만 배 참회정진 소식에 대해 세향기도반 도반들도 모두 한 결 같이 기다렸다는 듯 그 여정을 환희롭게 맞이했다.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발원을 부처님께서는 아신 것일까?

이번 세향기도반 10만배 참회정진의 회장 소임을 맡았다. 망설임 없이 10만배 수행을 선택했듯이 기도반 회장 소임도 감사히 받을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기도반 밴드를 열어볼 때에는 마치 보물상자를 열듯 마음이 설렌다. 모두 열심히 수행하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 속에 매일 행복이 익어간다.

나와 가족들, 도반들은 참회와 감사의 수행으로서 무르익어가는 불자들이다. 내가 그 속에서 매일 서로의 힘으로 엮어나가는 이 순간이 바로 부처님 가피일 것이다. 10만배 참회정진을 할 수 있도록 발원문을 써 주신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10만배 참회정진 기도반을 만들어준 김경숙 소장께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1000일 수행을 함께 이어가며 서로 격려하고 행복을 나누는 모든 도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생각해본다. 108배를 시작한지 이제 한 달. 아침기도를 시작한 이후부터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헛되어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와 도반들 모두 조금씩 각자의 그리고 서로의 변화를 느끼고 놀라며 감탄을 이어가고 있다. 참회수행의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며 하루하루가 가슴 벅차도록 감사한 시간들이다.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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