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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국불교, 이 시대·사회 책임지라 ①휴암 스님, 1987년 ‘한국불교의 새얼굴’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 병폐 원인은 원칙·사상의 부재

오늘날 한국불교의 노덕(老德) 스님네들이 비록 수행의 연륜은 많이 쌓고 혹 어떤 지견까지 얻었다고는 하나 실제에 임하여서는 왕왕 자신들의 수행에 대한 신빙성조차 의심을 받는 모순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 분들이 출발에서부터 사상성이 너무나 결여되었던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의 젊은 스님들도 이 점을 소홀히 하면 결국 우리들도 우리의 선배 노덕 스님네들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일체 중생 구제한다는 불교서
지금도 ‘호국’ 자랑처럼 내세워
자기비판·자기반성 결여 원인

내가 왜 국가를 책임지라하지 않고 이 시대와 사회를 책임지라 했겠는가? 아실 분은 나의 이 반문에서 이미 짐작했을 것이지만 나는 우리 불교역사에 있어서 크나 큰 오점 중의 하나가 소위 ‘호국불교’라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가 국가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체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고등한 종교가 그래 자신의 실천 상징으로써 제시하는 깃발이 기껏 ‘호국’이란 말인가?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큰 모순이 버젓이 오늘날까지도 걸핏하면 ‘호국불교’하며 쓰여질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의 현실로서는 우리의 불교가 불립문자(不立文字)와 소위 무분별지(無分別智)를 잘못 받아들이고 시비하지 말라느니 무심이니 하는 것을 잘못 소화시켜 불교가 전혀 자기비판을 할 줄 모르고, 자기반성을 할 줄 모르는 맹목주의적인 종교가 돼버린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결과 불교는 과거나 현재에 있어서의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의미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비판하고 개선시키려는 태도를 시비, 분별, 망상으로 배척해 버리는 무심주의에 병들어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빨리 깨닫고 시정하는 민감성이 마비되어, 마침내 불교는 사상성이 모호하고 희미한 종교가 되었다.

그 결과 스님들 자신도 사상을 정립하는 소양을 키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불교에는 마침내 무원칙한 인간상을 배출해내는 경향이 나타났다.

오늘날 불교계에는 원칙이란 것이 사라졌고 사상이란 것이 없어진 것이다. 세속에서도 그가 꼭 정규과정의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세상살이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어떤 사상과 정신과 중심이 서있는 실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스님들일수록 이상하게도 대개 사상이 약하고 희미하다는 것이다. 경을 많이 읽고, 정진도 많이 했다는 분들을 찾아가서 관찰해 보면 참 이상하게도 그분들의 실제 생활이나 행동에 있어서 사상이 서 있다고 생각되는 이를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실정이다.

이것은 노덕 스님이라면 오늘날 거의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사실 그래서 오늘날 이 종단이 이 모양으로 된 것 아니겠는가? 사상이 서 있지 않다는 것은 그 분들이 생활을 하는 데 관심이 없는 생애를 보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막상 선사를 찾아가 보면 선(禪) 할 마음이 사라지고, 또한 강사를 찾아가 보면 경(經) 배울 마음이 사라진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닌 듯하다. 이 모두가 그 분들이 실제에 부딪쳤을 때 사상성을 풍기지 못하더라는 소리일 것이다.

휴암 스님은

 

 

 

 

 

1941년 태어나 서울대 법대에서 공부하던 중 청담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했다. 1967년 갑사로 출가해 혜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으며, 제방선원에서 선 수행에 매진했다. 스님은 글과 강연을 통해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사상과 신념을 전파하고자 노력했다. 1997년 8월 세납 56세·법랍 29세로 입적했다.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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